외국인이 1500선 돌파 이후에도 주식 매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연속해서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 이들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정보기술(IT) 중심의 '편식'에서 벗어나 서서히 관심 대상을 내수 관련주 등으로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IT 자동차 등 주도주들의 강세가 이어지는 속에서 이 같은 외국인 매수 대상 확대가 더해지면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04년 1월 이후 최대규모

외국인은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90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지난 15일 이후 열흘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프로그램을 포함한 기관과 개인의 차익 실현 매물을 외국인이 전량 소화해 내면서 코스피지수는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을 딛고 1526.03으로 1.98포인트(0.1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0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기는 지난 5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기간 자체로는 역대 18번째 정도지만 순매수 규모는 약 4조1500억원으로 17일 동안 4조2797억원을 사들였던 2004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단기 과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며 오히려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글로벌 주식형펀드 내 한국 비중이 '중립' 수준으로만 회복되더라도 향후 약 22조원의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덜 오른 2등주 · 실적주에 눈길

외국인은 지난 15일 이후 열흘간 삼성전자(6744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만 20% 가까이 급등하며 시장을 견인해 온 삼성전자는 이날 역시 도이치코리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0.14% 오른 70만원으로 마감, 작년 6월18일(70만4000원) 이후 1년여 만에 70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외국인은 또 하이닉스 포스코 KB금융 신한지주 등을 많이 사들여 여전히 IT와 금융 등을 중심으로 한 업종 대표 종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이 외국인의 편애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매수 대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24일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선 이후 KT(495억원)와 KT&G(469억원) GS건설(459억원) 등 일부 내수 관련주들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 한진해운 신세계 등 그간 시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도 외국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올 들어 한국 비중을 급하게 늘렸던 외국인이 대표 종목의 비중을 어느 정도 채우자 2등주와 덜 오른 실적호전주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는 장기 펀드뿐 아니라 단기 자금을 굴리는 외국인도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큰 소외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원 · 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을 대비해 내수주 비중을 늘리는 투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특히 IT주의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일부 투자자는 신세계 등 대표 유통주 등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주식영업본부장은 "은행 등 금융주로 매수세가 옮겨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외국인이 지수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개별 종목별로 매수세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을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 역시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싼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어 종목별 '키맞추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어 업종 내 비중 회복 속도가 느린 종목군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면서 이들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조언했다. 그는 이익 증가세가 뒷받침돼 외국인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SK에너지 하이트맥주 효성 글로비스 KT 현대해상 제일모직 등을 꼽았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