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7일 1520선까지 상승하며 1500선을 굳히는 양상이다. 외국인이 9일째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와 3분기 기업 실적도 좋을 것이란 전망으로 '서머랠리'가 갈수록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로 6일째 자금이 빠지면서 투신권과 연기금 등 기관이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그동안 강세장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 자동차주 등의 가격이 크게 올라 조만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코스피 1560 넘으면 추가 랠리

코스피지수는 이날 21.46포인트(1.43%) 오른 1524.05로 마감,지난 14일 이후 10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수가 10일째 오른 것은 2006년 3월23일부터 4월7일까지 12일간 오른 이후 최장 기간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9일 동안 3조6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프로그램도 24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나타내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72%) 증권(2.17%) 등 기존 강세주 외에 유통(2.53%) 전기가스(1.82%) 등 내수주들이 상승 랠리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수급과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어서 지수는 1500선을 기반으로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가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일축한 이후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단기가 아니라 시장의 추세적 회복을 염두에 두고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며 "더욱이 이머징시장은 선진시장에 비해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 글로벌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까지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을 비롯해 소비자신뢰지수 신규주택판매 내구재주문건수 등 굵직한 경제지표가 이번 주에 발표된다"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거나 예상치에 부합할 가능성이 커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설 경우 주봉 차트상 120주 평균선인 1560선이 1차 목표치가 될 것"이라며 "이 선을 넘어서면 강한 추가 랠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펀드 환매는 증가 예상

반면 펀드 환매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증시 수급에 부담이 될 것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1300대에 올라선 지난 4월부터 환매가 이어지고 있어 상당기간 투신권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난 4월 3452억원 순유출된 뒤 이달까지 4개월 연속 자금이 빠지고 있다. 이달 23일까지 5849억원이 순유출돼 4월부터 빠져나간 자금은 거의 2조원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1300선에 올라선 이후 100포인트씩 오를 때마다 환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특히 이번엔 1378선에서 시작해 1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1520선까지 오르자 연일 환매가 잇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IT · 자동차 등 주도주들의 주가 급등이 부담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0배로 역대 최고치인 2007년 수준에 육박해 있다"며 "하반기 이익 전망치가 예상보다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주가 측면에서는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연기금의 줄기찬 주식 매도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기금은 지난 15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팔자'를 지속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 금액이 9000억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진단이 많다.

박해영/장경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