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주가관여 사실상 인정
금감원 '法 위반' 고강도 조사
해외 유명 증권사가 국내에서 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투자손실을 보전해준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상품 운용사가 조기상환일에 맞춰 주가에 관여한 점을 인정하고 책임을 진 사례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06년 3월 발행된 '신영증권 ELS136호'의 운용사인 외국계 증권사는 같은 해 9월 기초자산의 주가를 떨어뜨려 조기상환을 무산시킨 뒤 투자자들에게 절반의 투자 원금에 대해 보장수익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행 당시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던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하이닉스와 기아차의 6개월마다 주어진 조기상환일과 전날의 평균 주가가 발행 당시 주가의 75% 이상이면 연 16.1%의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첫 조기상환일인 같은해 9월11일 장 막판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기아차의 매도물량이 200억원가량 쏟아지면서 기아차 주가가 급락했다. 당일 종가 1만5350원과 전날 종가를 평균한 평가가격이 1만5475원으로 결정돼,상환조건인 1만5562원보다 낮아지면서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이 상품을 판매했던 신영증권 측은 "ELS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운용사인 해외 증권사와 협의한 결과 외국계 증권사가 투자 원금의 절반과 보장했던 수익(연 16.1%)을 더해 원하는 고객에게 지급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억원을 넣은 투자자는 투자원금의 절반인 5000만원과 보장된 수익인 402만원(16.1%)을 받고 중도환매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상품의 약관을 벗어난 ELS의 중도환매는 '손실보전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상품에 대한 '손실 보전행위 금지'는 현행 '자본시장법'에도 명시돼 있을 뿐더러 당시의 증권거래법(52조)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이 상품의 중도환매분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도 만기일까지 조기상환 조건에 들지 못하고 운용되다 지난 3월 70%가량의 손실을 입은 채 모두 상환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운용사가 해외의 유명한 투자은행(IB)이지만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손실보전 사례는 ELS 기초자산에 대한 조기상환일 또는 만기일에 상품 운용사들의 주가 관여 의혹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주 한국거래소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ELS를 운용하면서 기초자산인 주가에 관여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지난 5월에도 캐나다계 은행이 운용하는 상품의 기초자산 주가 관여가 문제시돼 거래소의 심리를 거쳐 현재 금감원에서 조사 중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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