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개 대형은행들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126억6000만달러 순이익에 이어 2분기에도 166억700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일성, 김재승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씨티그룹은 2분기에 42억8000만 달러의 순이익(주당 49센트)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작년 2분기 손실이 25억달러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실적 개선세다.

임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은 증권 중개 업체인 스미스 바니 매각을 통해 67억달러의 차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BOA는 32억2000만 달러의 2분기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5.5% 감소한 것이다. 다만 주당순이익이 블룸버그 전망치인 주당 18센트를 웃도는 33센트로 집계됐다.

JP모간체이스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어난 27억2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했다. 트레이딩과 증권인수 등 투자은행 분야의 수입이 모기지 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손실을 상회하며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게 메리츠증권의 판단이다.

웰스파고는 전년대비 81% 급증한 31억7000만 달러(주당 57센트)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와코비아 인수로 인한 경쟁력 강화로 예금액과 이자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지속되는 실업률 상승과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대손상각비용을 증가했다"며 "2분기 대출채궐 상각금액은 44억달러(대출채권의 2.11%)로 지난 분기 33억달러(대출채권의 1.54%)보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계속사업 손실 1억5900만 달러(주당 1.1달러 손실)을 보였다. 3분기 연속 적자다. 손실의 주된 이유는 트레이딩과 IB 사업부문에서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34억4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전년대비 65% 급증한 수치다. 주당순이익도 5.75달러로 예상치인 주당 3.54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임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에 따른 구제금융 상환금을 제외한 경우 주당순이익은 5.71달러"라며 "양호한 실적은 주식과 채권 부분의 실적 호조 덕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6개 대형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166억7000만 달러로 2007년 2분기 이래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4대 은행 평균 NIM도 작년 4분기 2.92%를 저점으로 1분기 3.20%, 2분기 3.42%로 개선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아울러 4대 은행의 자본적정성도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데다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총여신대비 부실채권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손상각비도 증가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카드 부문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인 2007년 3%대에서 급등하기 시작해 2009년 5.48%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3월 고점인 5.87%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전체 은행의 신용카드 대손 상각률은 지난 3월말 현재 7.4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형 은행들의 2분기 실적 호조는 자산 매각 등의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업환경이 완전히 호전됐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