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일에 기초자산 종목을 대거 팔아치우는 바람에 주가 하락으로 조기상환이 무산되면서 결국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ELS는 코스피200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만기일 이전 조기상환일이나 만기일에 미리 정한 지수나 주가를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률이 지급된다.

한국거래소는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일에 기초자산 종목을 대거 팔아 조기상환 기회를 무산시킨 혐의로 미래에셋증권에 1억6천500만원의 회원제재금과 관련 직원 징계를, 대우증권에 5천만원의 회원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와 관련, 개인 투자자 이모(50)씨는 23일 삼성SD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판매, 운영한 대우증권이 해당 종목을 조기상환일에 대량 매도, 조기상환이 무산되면서 1억4천만원의 투자손실을 입었다며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에 다니는 이씨는 ELS가 직접투자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아둔 4억2천만원을 2005년3월 대우증권이 발행한 만기 3년짜리 ELS에 투자했다.

해당 상품은 조기상환 평가일에 기초자산인 삼성SDI의 주가가 주당 10만8천500원 이상을 기록하면 연 9%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조기 상환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2005년11월16일 조기상환 평가일에 삼성SDI 주가는 대우증권이 해당 종목을 대량 매도한 영향 등으로 10만8천원으로 마감해 결국 조기상환 기회가 무산됐다.

해당 ELS는 이후에도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만기일까지 운용됐지만, 수익은커녕 -34%의 투자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4억2천만원을 투자했던 이씨도 1억4천만원을 날리고 2억8천만원만 겨우 건졌다.

이씨는 "자연적인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는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증권사의 대량 매도로 조기상환이 무산되고, 결국 평생 모은 돈을 날린 것은 분통이 터질 일"이라며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는 이씨와 같이 조기상환 무산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ELS 조기상환 무산에 대해 거래소가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손해액을 구제받을 수 있는지, 소송을 하면 승소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ELS가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일이 되면 고객들에 대한 수익 지급을 위해 기존에 편입했던 종목을 팔아야 하며, 조기상환일이나 만기일 이후에도 기존 편입 종목을 그대로 보유하면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손실을 투자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주식을 팔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금융당국은 ELS 수익률을 계산할 때 조기상환일 또는 만기일 당일의 종가가 아닌 '최근 며칠간'(예를 들어 최근 3∼5일간)의 평균 주가를 적용해 증권사들의 대량 매물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