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최고점인 2007년 11월 가입했던 국내 주식형 적립식펀드가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일부 해외 주식형펀드들도 적립식으로 가입해 꾸준히 자금을 납입했다면 원금을 회복하거나 원금 회복 직전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점과 비교해 전체 증시 수준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저가 매수에 주식을 사들이는 적립식펀드의 '물타기 효과' 덕분이란 평가다.

22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11월1일 가입했던 적립식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지난 21일 기준 1.53%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시기 거치식으로 펀드에 가입했을 경우 수익률(-28.70%)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적립식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 직후인 작년 11월 -30%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 급속히 회복되며 지난달 0.77%의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제로인 측은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매달 1일 자금을 납입한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적립식 투자의 힘'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주요 대표 국내 주식형펀드들도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 국면에 진입했다. 설정 잔액이 3조원가량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한국투자삼성그룹1' 펀드는 이 기간 10.74%의 수익을 낸 것을 비롯해 'KB신광개토선취형' '신한BNPP미래든적립식1' '신영마라톤증권A' 등도 4% 이상 수익률을 나타내며 선전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도 3.65%의 수익을 냈으며 'KTB마켓스타' 역시 1.10%의 수익률로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와 '하나UBS배당601' 등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들도 각각 -0.99%,-0.52%의 수익률을 보이며 원금 회복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펀드에 거치식으로 가입했을 경우 수익률은 -32.03%(미래에셋인디펜던스K-2)~-15.92%(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로 나타나 적립식 펀드의 힘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해외주식형펀드에서도 일부 적립식펀드는 이미 원금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11월 가입하고 꾸준히 자금을 넣었다고 가정했을 경우 '신한BNP파리바봉쥬르차이나A'의 수익률은 1.75%로 계산됐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래에셋인사이트1'펀드도 3.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거치식으로 가입했을 때의 수익률은 '신한BNP파리바봉쥬르차이나A'가 -43.60%였고,'인사이트1'펀드는 -33.67%였다.

펀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국내 주식형 적립식펀드의 경우 수익률 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수진 제로인 펀드 연구원은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꾸준히 순매수하는 등 하반기 증시 전망도 밝아 국내 주식형펀드는 원금 회복을 넘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형에 적립식으로 자금을 넣고 있는 투자자들은 환매보다는 기다리는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원금을 회복하면 심리적 환매 압력이 강해지지만 적립식은 단기 시황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경기회복이라는 중장기적 방향성을 감안하면 환매보다 계속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