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소액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증권사 고객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은 공과금을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창구에서도 직접 내거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결제하는 게 가능하다.

은행 적금 및 신용카드 대금도 자동이체할 수 있다. 은행 급여이체 계좌 없이 CMA 하나로 모든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CMA의 경우 대부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라고 공격하고 있지만,증권사들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놓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양다리 작전 이젠 옛말

여태껏 똑똑한 소비자들은 은행의 보통예금과 증권사 CMA를 모두 사용해 왔다. 결제 기능 면에서는 은행 보통예금이 낫고 이자 면에서는 CMA가 낫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보통예금을 급여이체 계좌로 신청해 각종 공과금과 대출이자 카드대금을 은행 통장으로 결제한 뒤 남은 여유자금을 CMA로 옮겼다. 보통예금은 월급통장으로,CMA는 비상금 관리 계좌로 쓴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번거롭게 양다리를 걸칠 필요가 없다. CMA의 약점이던 결제 기능이 완벽하게 보완돼서다. 증권사가 소액결제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CMA로도 이제는 공과금도 납부할 수 있고 적금이나 카드대금을 자동이체할 수 있다. CMA 하나로 월급통장과 비상금 관리계좌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다.

증권사가 소액결제 서비스를 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혜택은 심야에도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CMA고객이 은행 자동화기기(CD · ATM)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보통 오후 10시로 제한돼 있었다. 은행에 가상계좌를 열어놓은 CMA 고객이라 하더라도 심야에 택시요금을 뽑으려면 해당 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없었던 것.하지만 이제 은행 자동화기기 이용시간이 연장된다.

동양종금증권 CMA 고객은 오후 11시30분까지 현금을 뽑을 수 있고 이달 말 또는 다음 달부터 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우리투자 대우 삼성 등 13개 증권사 고객도 오후 10시 이후에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 갱신은 필수

증권사 CMA 고객들이 유의할 점도 있다. 먼저 거래하는 증권사가 소액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뒤 CMA와 연계된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새로 만드는 게 좋다. 그래야 자신이 선택한 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무료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다.

지난 3일 가장 먼저 소액결제 서비스를 개시한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신규로 발급받으면 자동화기기를 통한 현금 출금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온라인을 통한 이체 수수료는 향후 6개월 동안 면제된다.

이 회사의 자체 자동화기기나 편의점과 지하철역 등에 설치돼 있는 제휴 자동화기기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고객들이 새로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으면 예전에 내지 않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양종금증권에서 CMA를 만들면서 이용할 은행을 우리은행으로 택한 사람은 이달부터 영업 외 시간에 이 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뽑으면 600~1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국민은행을 선택한 경우도 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렇지만 신한은행 농협 등 다른 은행을 이용하는 CMA 사람들은 향후 1년 동안 수수료가 면제된다.

◆철저한 안전장치로 안전성 확보

CMA는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게 흠이다. 은행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고객들을 잡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CMA 중 종금형 CMA는 은행 예금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 대상이다. 이 때문에 종금형 CMA에 가입한 고객은 금융사별로 1인당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장받는다. 현재 종금형 CMA를 판매하는 곳은 동양종금증권과 금호종금 등이다.

나머지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나 머니마켓펀드(MMF)형 CMA 등은 법으로 원금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안전장치가 많아 원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증권사들은 CMA로 들어온 돈만큼 채권을 사놓는다. CMA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RP형의 경우 채권값 하락을 고려해 담보 비율을 항상 105%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중 CMA의 하루 이체한도만큼은 결제를 대행해주는 은행에 담보로 예치한다. 하루에 1000억원 정도 다른 은행에 이체를 하거나 결제를 한다면 1000억원을 미리 거래하는 은행에 담보로 맡긴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하루 이체한도만큼 유동성을 확보해 놓는다. 결제 대행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주고 언제든 해당 은행이 돈을 빼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채권 매입'에 '105% 담보'나 '100% 차입 약정'까지 3중의 안전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은행 예금보다 더 안전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주장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