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세등등했던 중소형주 투자펀드의 수익률에 급제동이 걸렸다.

실적을 앞세운 간판 대형주들에 밀려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 따라 이들 펀드는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익 전망치와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을 볼 때 대형주펀드가 당분간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 대형주펀드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18개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은 최근 1개월간 -5.27%, 3개월은 -0.10%에 그쳤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1개월은 -3.26%, 3개월은 4.88%)보다 못한 성적표다.

연초 이후 수익률로는 중소형주펀드가 34.58%로,여전히 전체 평균(24.68%)보다 10%포인트가량 높지만 최근 부진한 성과로 수익률이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 중소형주펀드의 선두주자인 '하이중소형주플러스'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지난 5월 한때는 70%를 웃도는 등 신바람을 냈지만 이달 15일 현재 58.27%로 내려갔다.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 부진은 대형주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렸던 유동성 장세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신 실적호전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실적장세가 전개되면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탄력을 잃어 대형주펀드들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적 전망이나 주가 수준에서도 대형주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중소형주의 올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전년대비)는 지난 5월 102.4%에서 6월 104.9%, 7월 102.9%로 제자리걸음인 반면 대형주는 5월 22.30%에서 6월 27.08%, 7월 29.78%로 높아졌다.

이 증권사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의 오대정 팀장은 "대형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주당순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면서 5월 14.64배에서 이달엔 13.75배로 오히려 낮아졌다"며 "중소형주들이 대형주에 비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도 대형주가 더 많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투자자라면 일부 환매해 대형주펀드로 갈아탈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대형주펀드 중심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자라면 중소형주펀드도 일정 부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3분기 이후 대형주들의 이익개선폭이 둔화되면 다시 중소형주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 수석연구원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녹색성장 정책만 보더라도 실적이 좋아지는 중소형주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분산투자 차원에서 중소형주펀드를 보조용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