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반등하면서 '대형주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일부 대형주에만 매수세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대형주가 많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15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대형주가 코스피지수를 밀어올리는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지난달 말 0.98이었던 코스피지수와 대형주지수 간 상관계수는 이달 들어 0.99로 높아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형주지수의 상관계수는 0.96에서 0.84로, 소형주지수는 0.72에서 0.69로 크게 낮아졌다.

이 증권사의 한치환 연구원은 "중소형주들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 1분기와 달리 증시 흐름이 대형주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도 코스피지수가 2.55% 오른 가운데 대형주지수는 이보다 높은 2.67%의 상승률을 보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지수는 각각 1.9%와 1.7%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지수 상승률도 2.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조원 넘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2.1% 오른 데 반해 코스닥지수는 1.52포인트 상승해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차별화는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일부 대형주로만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IT(정보기술)와 금융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위주로 '사자'에 나서면서 대형주와 중 · 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에 대한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실제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14일부터 5조원대로 회복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은 3일 연속 2조원을 밑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개인투자자 움직임에도 반영되고 있다. 중소형주에 매력을 잃은 기관들이 발을 빼면서 매수 기반이 현저히 약해지자 일부 '큰손'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증권사 일선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 센터장은 "이달 들어 20억원 정도의 자금을 굴리는 고객이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해 대형 우량주로 갈아탔다"고 전했다. 강 센터장은 "10억원 이상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중 최근 1~2개월 내 코스닥 종목에 새로 투자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장은 "3000만원 안팎의 소액 투자자 중에서도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코스닥 종목 대신 유가증권시장 종목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주 쏠림현상이 지수의 하방 경직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부 종목이 높아진 가격 부담으로 조정을 받을 경우 반대로 지수 낙폭을 키울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이 실적을 근거로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이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면서도 "다만 지수 기여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연/송종현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