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EU(유럽연합)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사실상 체결되면서 관련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 비중과 관세율이 동시에 높은 자동차 관련주를 비롯해 IT(정보기술)주 셋톱박스주 조선주 등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돼지고기류와 와인 등의 수입 증가도 예상돼 관련 유통주들이 급등세를 탔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한 · EU FTA 수혜주를 많이 편입하고 있는 펀드도 관심이다.

13일 증시에서 축산물 유통 관련주인 이네트와 한일사료가 각각 상한가로 장을 마쳤고 한미창투도 6.78% 급등했다. 이네트는 수입 축산물 유통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어 FTA 타결로 EU산 육류의 수입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한일사료는 수입육 유통회사인 한국냉장의 최대주주이고,한미창투는 수입고기 유통업체인 케이알푸드앤컴퍼니(옛 농축산물공급센터) 지분을 갖고 있는 점이 부각되며 덩달아 급등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두 번째 큰 폭으로 급락한 여파로 하락 마감했지만 자동차 관련주도 대표적인 FTA 수혜주로 꼽혔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TA 타결로 현재 우리나라가 8%,EU가 10%를 적용하고 있는 자동차 관세를 3~5년 이내에 완전 철폐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차 수입관세(10%)가 철폐되면 대당 1000유로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는 데다 수입관세 환급까지 인정될 경우 대당 300유로의 비용을 추가로 줄일 수 있어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타이어주와 자동차 부품주들도 수출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특히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전체 보수용 부품 수출에서 서유럽(벨기에)이 차지하는 비중이 23.4%(관세율 3.2%)에 달하고 있어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국내에서 수입차 시장 확대가 전망되면서 BMW자동차의 국내 공식 딜러업체인 도이치모터스도 수혜주에 이름을 올렸다.

EU에 대한 수출 주력품목인 가전 · 반도체 등 IT주를 비롯해 조선 셋톱박스 관련주도 주목되고 있다. 디지털TV와 에어컨 · 냉장고 · 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가장 먼저 관세 철폐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고 관세율이 12~14%에 달하는 일부 TV 품목과 캠코더 등도 수출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톱박스의 경우 디지털 방송이 확산되는 유럽에서 저가 셋톱박스를 만드는 중국산과 터키산에 밀려 고전했지만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EU 수출 비중이 높으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은 통신 반도체 등의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수입 비중이 높은 기계 및 화학과 관련된 산업에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FTA 타결 수혜주를 많이 편입한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주로 거론되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IT주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 펀드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 중에서 1260억원어치를 5개 종목에 투자하며 보유 주식 내 비중이 34%에 달했다. 또 '미래에셋우리아이적립형'을 비롯해 '미레에셋플래티늄랩' 'K스타5대그룹주' '미래에셋디스커버리' 등이 FTA 관련 수혜주를 30% 이상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수출 증가가 이익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 펀드를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재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