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자본 확충에 제동을 걸었다. KB금융지주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당초 계획했던 2조원의 절반에 불과한 1조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의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신주 발행으로 보통주 3000만주,총 발행 주식(3억5635만주)의 8.4%에 해당되는 규모다. 최종 신주 발행 가격은 7월22일자 KB금융지주 거래 가격(종가 기준) 또는 8월21일자 종가 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25% 할인해서 정해진다. 예를 들어 이날 종가 4만6950원이 기준 가격이 된다면 신주 발행가는 3만5200원이 되며 증자 규모는 1조563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행 주식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80%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이 이뤄진다.

이날 이사회에서 황영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금융권 인수 · 합병(M&A)에 대비해 실탄을 확보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2조원의 유상증자안을 내놨지만 사외이사들이 수용하지 않았다. KB금융의 사외이사는 금융지주회사들 중 독립성이 가장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KB지주와 국민은행의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은 데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나 보험사도 없고 은행 간 구체적인 M&A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유상증자를 추진했을 때는 하반기에도 경제 상황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해 국민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계획했던 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유상증자 규모 축소로 향후 경영진의 구상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영진은 론스타가 다시 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증권사 등 비은행 M&A에도 적극적이다.

이날 사외이사들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경영 전략 추진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선 유상증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KB금융지주가 은행 M&A보다는 증권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유상증자 자금이 M&A와 같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될 경우 주가 희석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KB금융지주 주가는 금융지주 업종의 강세를 타고 4만6950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2.74% 올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