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금융감독원에 재등록을 하지 않은 펀드들이 자칫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재등록을 하지 않은 펀드들은 만기가 될 때까지 존속되기는 하지만 새로운 투자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없어 자산운용사들이 소홀하게 다룰 우려가 있어서다.

이들 펀드 중에는 이미 자금 유입이 끊겼거나 남은 투자자금이 소액인 자투리 상품인 경우도 적지 않아 투자자들이 모르는 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당 펀드 투자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권유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협회 펀드 통계사이트(stat.fundservice.net)를 통해 재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신규 또는 추가로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재등록을 마친 펀드는 2366개로, 전체 대상 펀드(8176개)의 28.9%에 그쳤다. 펀드 10개 중 3개 정도만 재등록한 셈이다. 이 중 공모펀드도 재등록 대상 4460개 중 절반이 안 되는 2145개(48.0%)만 재등록했다.

재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미전환 펀드들은 사모펀드 또는 추가 설정이 필요 없는 단위형 펀드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공모펀드인 경우 향후 추가로 자금을 받을 수 없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자투리펀드는 펀드매니저의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전환펀드 투자자들은 적절한 시점에 환매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들은 재등록하지 않은 펀드가 많은 것은 차제에 소규모 자투리펀드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펀드 대형화를 위해 실제 판매할 수 있는 펀드 외에는 가급적 재등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미등록펀드 중 1차로 40개를 정리한 데 이어 나머지도 해지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준회 하이자산운용 리테일1팀장은 "앞으로 계속 팔 펀드에 한해 재등록을 했다"면서 "공모펀드도 재등록한 것은 3개 중 1개 꼴에 그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