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신세계를 시작으로 2분기 '어닝 시즌'(실적발표 기간)이 본격 개막된다. 지난 5월 이후 2개월간 지루하게 횡보했던 증시가 실적 시즌을 맞아 재도약에 나설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2분기 잠정실적을 전격 공개하면서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유동성의 힘이 3~4월 강세장을 이끌었다면 7월 시장은 실적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종 대표주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속속 내놓을 경우 '서머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거나 전 분기에 비해 실적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IT 자동차 유통 증권 등의 이익 회복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IT하드웨어 증권 등 실적 두각

9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331개 상장사 가운데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256개사로 7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기업은 75개사에 그쳤다.

특히 66개사는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50%를 넘었고 이 중 41개사는 100% 이상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됐다. 금호석유화학 진로발효 등은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20~30배 증가할 전망이다. 자회사 가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LG,원재료 가격 하락과 안정적인 시장점유율 확대가 돋보이는 롯데삼강은 물론 SKC 서울반도체 등도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투자증권이 200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평균 89%와 2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1분기에 비해서는 이익개선 속도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이 61%에 달했지만 2분기는 34%로 감소폭이 줄었다. 순이익 감소율 역시 이 기간 75%에서 25%로 크게 둔화돼 수익성 회복 추세가 뚜렷하다.

업종별로는 미디어 전기가스 운송 반도체 IT하드웨어 등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순이익 증가율은 운송 반도체 IT하드웨어 미디어 순으로 나타났다. 김동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 동기보다는 전 분기 대비 이익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더 중요한 잣대가 된다"며 "반도체 IT하드웨어 증권 등의 실적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별화 장세 염두에 둬야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 기대에 비해 주가가 덜 오른 종목에 우선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조승빈 대우증권 연구원은 "상향 조정된 2분기 실적전망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종목을 우선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 KT 롯데칠성 우리투자증권 STX엔진,코스닥에선 서울반도체 가온미디어 네패스 등을 관심종목으로 꼽았다.

1분기 영업손실에서 2분기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대형 IT주 가운데 대표적인 실적 기대주다.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보험주와 호텔신라 CJCGV 엔씨소프트 등 내수주도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3분기 연속 상향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으로 하이닉스 기아차 LG 삼성전자 영원무역 현대건설 제일모직 휴맥스 서울반도체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실적장세가 진행되면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수급의 힘으로 시장 전체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적장세는 선택된 종목만 혜택을 입는다는 얘기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IT 자동차 등 일부 종목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소수의 실적호전주만 주가가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며 "실적장세에서는 주가 부담이 있더라도 시장 주도주 위주로 공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