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2분기 실적개선주들이 부각되는 가운데 업종 간 주가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기대되는 정보기술(IT)과 은행주 등은 실적 개선 효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계 건설 운수창고 등 대부분의 업종은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등 부진하다.

외국인도 IT주만 골라 사들이고 있어 이 같은 주가 차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장세 기간에는 업종별 주가 양극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T · 은행주만 고공비행 중


8일 코스피지수는 3.18포인트(0.22%) 하락한 1431.02로 마감해 4일 만에 소폭 하락했다. 외국인이 10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이 부담이 됐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렸다. 의료정밀(-2.06%) 철강금속(-1.47%) 유통(-0.95%) 건설(-0.78%) 등은 코스피지수보다 더 떨어졌지만 통신(1.01%) 비금속광물(1.00%) 은행(0.88%) 등은 상승했다. 특히 전기전자는 0.73% 올라 6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종별 주가 차별화는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두드러진다.

은행(14.9%)과 전기전자(11.8%)는 최근 2주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9%)을 크게 웃도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은행은 저평가와 인수 · 합병(M&A) 이슈가,전기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T 부문의 실적 개선 기대가 각각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이 기간에 기계 · 건설 · 운수창고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이들을 포함,증권 철강금속 운수장비 화학 등 유가증권시장 19개 업종 중 13개 업종이 시장 평균치를 밑돌았다.

특히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는 IT 부문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IT 업종과 시장 전체의 상승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2008년 1월1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할 때 전기전자 시총은 작년 말 70 아래로 급락했다가 올 들어 꾸준히 회복돼 지난 7일 현재 108로 늘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1670선에 걸쳐 있던 지난해 6월 말 수준이다. IT 업종 시총은 2분기 실적 개선 기대로 최근 한 달 사이에 11% 이상 늘었다.

이에 반해 전기전자를 제외한 시장 전체의 시총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줄곧 75 안팎에 머물러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초 지수(1410선) 수준과 비슷하다. IT 업종을 제외하면 코스피지수의 체감온도 차이가 260포인트나 된다는 뜻이다.

◆외국인도 IT주만 편식

외국인 매수세도 IT주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9일간 총 1조68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전기전자 업종 순매수가 절반에 가까운 7844억원(47%)에 달한다. 외국인은 운수장비(1848억원) 철강금속(1206억원) 정도에만 관심을 보였고 통신 증권 섬유의복 건설 종이목재 등은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종목별 순매수 상위 3곳도 모두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IT주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장중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재상승을 시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IT 부문만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IT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소외돼 있어 시장이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흐르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차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IT처럼 실적 호전이 뚜렷한 업종을 제외하고는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려워 차별화 장세가 길게 이어질 수 있고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