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에 12일째 자금이 순유입돼 투신사들의 주식 매수 여력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 같은 펀드 자금 증가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작년 7~8월 이후 거의 1년 만에 가장 긴 것으로,그동안 증시에 부담이 됐던 펀드 환매가 진정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투자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여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로도 자금이 다시 들어오는 등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증시 수급 상황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 지난 1일 78억원이 순유입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 이후 12거래일 동안 주식형 펀드 자금은 모두 2438억원 늘었다.

특히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며 1400선을 돌파했던 지난 4월부터 지속됐던 환매 움직임이 주춤해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한 자금은 지난 5월엔 2조1000억원이 넘었으나 지난달 1조4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컨설팅 팀장은 "주식형펀드로 들어오는 자금 규모 자체는 많지 않지만 적립식펀드 가입자나 새로 주식형펀드 계좌를 튼 개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환매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펀드로 새로 유입되는 자금은 '삼성그룹주 펀드'와 같은 초대형 펀드나 '신영마라톤' 등 가치주펀드에 집중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오 팀장은 "증시가 횡보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자금이라는 점도 향후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투신사와 연기금 등 기관의 매수 여력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투신권의 경우 지난달에만 1조2789억원어치의 주식을 정리했지만 최근엔 5일 가운데 4일을 순매수하는 등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전날 36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정리했던 투신은 이날 18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유가증권 · 코스닥 · 선물시장에서 모두 순매수를 보였다.

또 올 들어 줄곧 팔기만 하던 연기금도 6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이날 기관 전체로는 14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로도 2주 만에 자금이 들어와 외국인 매수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관련 펀드에는 지난주(6월25~7월1일) 9억8300만달러(약 1조2504억원)가 들어와 순유출됐던 그 이전 주간을 제외하면 최근 16주간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추세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 가운데 한국투자 비중이 17% 수준으로 가장 높은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와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만 따져도 이 기간에 모두 10억달러 넘게 들어왔다"며 "경기 회복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평가되는 한국 주식 비중을 높이려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