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가치주펀드' 운용사 5곳을 선정했다는 소식에 중 · 소형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2일 신영투자신탁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운용 세이에셋자산운용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등을 5000억원 규모의 장기투자형 펀드 운용사로 뽑았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선 이 회사들이 보유한 종목 리스트가 나도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들 운용사는 1000억원씩 운용하게 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18포인트(0.01%) 내린 1411.48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419선까지 올랐다가 기관 매물이 3000억원 이상 쏟아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그러나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0.07%와 0.63% 올라 이번 운용사 선정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코스닥지수도 1% 가까이 올랐다.

국민연금 가치주펀드를 계기로 중 · 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증권사들은 '실적 호전'과 '가격 매력'이 있는 중 · 소형주에 주목하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신증권은 "중 · 소형 IT주의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띈다"며 자화전자 금호전기 신도리코 파이컴 가온미디어 휴맥스 피앤텔 미래나노텍 네패스 소디프신소재 등을 추천했다. 이 증권사 최재식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올 4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부 중 · 소형주는 고점 대비 50% 이상 빠져 단기적으로 가격 매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의 높은 기대에 대해 운용사들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이 운용사들과 이달 중 계약을 맺은 후 실제 자금 집행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각 운용사에 1000억원씩을 한꺼번에 지급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몇 차례로 나눠서 풀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번 펀드의 기본 원칙이 3년 이상 장기 투자인 데다 연 회전율이 100%로 제한돼 있어 한번 사면 1년 동안은 팔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종목을 고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도 "신영과 한국밸류의 현재 보유 종목이 30% 정도만 겹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5000억원이 일부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기보다는 여러 종목에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