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박스권 장세에서 활발하게 교체 매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종목 가운데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종목을 처분,차익 실현에 주력하면서 대신 인수 · 합병(M&A) 재료가 있는 주식은 추가로 매입해 주목된다. 지분을 늘렸다고 보고한 종목은 7개에 그친 반면 차익실현에 나선 종목은 12개에 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모 주식형펀드로만 운용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33조원의 자산을 굴려 국민연금과 함께 주식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는 만큼 박스권 장세에서 이 같은 매매 패턴을 구사하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이미징은 지분 4% 이상 줄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지난 6월 주식 매매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삼성디지털이미징 주식만 104만여주를 대량 매각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삼성이미징 지분율은 17.26%에서 12.89%로 크게 낮아졌다. 미래에셋의 이 회사 지분율이 5%를 넘은 이후 지분율이 낮아진 것은 월간 기준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또 미래에셋은 SK케미칼 주식 88만주를 처분해 지분율을 11%대에서 7%대로 낮췄다. 이 밖에 두산 지분도 3%포인트 줄였으며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SKC 등도 2%포인트 이상씩 낮췄다. 미래에셋이 그동안 순매수를 지속하며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렸던 서울반도체와 현진소재 등도 일부 주식을 매각했다. 두산중공업 지분율은 5%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미래에셋이 주력 종목들의 주식을 대거 정리한 것은 증시가 박스권을 맴도는 점을 의식, 일단 '차익 챙기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들 종목의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이머징의 경우 미래에셋이 주식을 한창 사들였던 지난 5월에는 주가가 3만원대에서 7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부터 힘을 잃어 이날 현재 4만6200원까지 내려왔다.

주가가 작년 11월부터 서서히 회복돼 올 4월엔 6만원대까지 상승했던 SK케미칼도 5월부터 횡보세를 보이다 지난달엔 매도 여파로 하락해 현재는 5만2300원에 그치고 있다. 한진중공업 서울반도체 등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매입한 M&A 재료주는 강세

미래에셋은 대신 지난달 주식을 판 자금과 적립식펀드를 통해 새로 들어온 자금을 M&A 관련주들에 집중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이 추가로 지분을 확대한 종목은 다음 LG하우시스 LG마이크론 CJ오쇼핑 현대모비스 한미약품 삼성전기 등 7종목으로,한미약품과 삼성전기를 제외하면 모두 M&A 재료를 가진 기업이다.

실제 미래에셋이 지난달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9.09%로 1.65%포인트 늘린 다음은 엔씨소프트로의 피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던 종목이다. 인수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양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쟁 업체인 NHN과의 시가총액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데다 최대주주가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다음을 둘러싼 M&A 이슈는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LG하우시스는 LG화학에서 분사해 재상장한 회사이며 현대모비스는 오토넷과 합병이 진행 중이다. 이노텍과 합친 LG마이크론과 온미디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CJ오쇼핑 등도 M&A 이슈가 발생했거나 진행 중인 종목이다.

미래에셋은 이들 M&A 관련주에 베팅해 추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초 3만8000원대에 머물던 다음의 주가는 이날 12% 정도 오른 4만2650원으로 마감됐다. 현대모비스도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기대감으로 주가가 지난달 저점 대비 10%가량 오른 상태다. 삼성전기는 M&A 이슈는 없지만 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5만8000원대에서 6만3600원으로 상승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규모가 큰 펀드를 운용하다 보니 나타나는 통상적인 차원의 조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후/강지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