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후 주춤하던 신규 펀드 출시가 이달 들어 급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간 최대로 증가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29일까지 새롭게 만들어진 공모펀드 수는 40개에 달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차익거래증권투자신탁'을 포함해 선물 · 옵션 등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가 12개로 가장 많았고,주식형펀드와 혼합채권형펀드가 각각 10개와 7개로 뒤를 이었다.

신규 펀드 수 40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지난해 10월(56개)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직전 운용사들이 공모펀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36개까지 늘었지만 3월에는 4개에 그쳤고 4월 26개,5월에도 13개에 불과했다.

이처럼 신규 펀드 출시가 급증한 것은 자산운용사들이 지난 5월3일까지 기존 펀드의 재등록 절차를 밟느라 출시를 미뤄온 펀드를 연이어 선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운용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 후에도 기존 펀드를 팔기 위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도록 기존 펀드의 약관을 변경해야 했다.

또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후행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신규 펀드 출시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자금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ETF제외)에는 지난 16일 이후 9일 연속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등 1400선 아래에서는 환매보다 투자가 많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롭게 출시된 펀드 가운데 한 달 만에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펀드도 나왔다. 삼성투신의 '삼성그룹밸류인덱스'는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29일 설정액이 109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루 평균 50억원 정도가 유입된 셈이다. 삼성그룹 계열 운용사가 운용하는 삼성그룹주펀드라는 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이색 펀드도 여럿 선보였다. 한국투신은 녹색성장주 투자지역을 해외로 돌려 '한국투자글로벌그린파워'를 출시했고,하이자산운용은 주류업종에만 집중 투자하는 '하이글로벌바커스'펀드를 내놨다. 국내 최초의 레버리지펀드인 NH-CA자산운용의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와 아이투신의 '아이메자닌증권'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나온 펀드들은 현 · 선물을 이용한 차익거래펀드나 ELF(주가연계펀드),주식으로 일정 수익을 달성한 후 채권형으로 바뀌는 전환형펀드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차익거래펀드는 시장 방향성과 무관한데다 ELF도 주가가 크게 빠지지만 않으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와이즈하이비젼목표전환형'이나 '동부뉴델타-목표전환형''KTB목표전환형' 등과 같은 전환형펀드는 일정 수익을 낸 후 안전자산으로 옮겨가 수익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시장이 크게 빠질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다는 시장심리가 펀드 출시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도 이 같은 펀드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나온 사모펀드는 298개로,지난달 341개나 4월 303개와 큰 차이가 없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