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전북 익산시 망성면 어량리 하림 본사 생산라인 현장. 평일 35만 마리의 닭을 처리하는 하림 본사는 초복(7월14일)을 보름여 앞두고 하루 최대 50만 마리까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비상 가동체제에 돌입한 상태였다.

농장에서 실어온 닭이 준비실을 통과해 컨베이어 라인에 거꾸로 매달린다. 방혈(피빼기)과 탕적(털뽑기), 잔손질이 끝나면 섭씨 0도의 물에서 세척과 온도조절이 이뤄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질이 끝난 닭의 온도. 급속도로 온도를 낮춰주는 이 공장만의 노하우가 육질과 신선도를 좌우한다. 시간 당 3만 마리의 닭들이 전자동 시스템에 의해 제품으로 변신한다.
[탐방]하림, 닭고기 하루 50만마리 생산 '비상가동'
또다른 부분육 생산라인. 이 곳에서는 최근 다이어트 열풍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닭가슴살부터 안성맞춤의 아이들 간식용 닭다리 등 부분육을 생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부화에서 육계와 삼계, 가공육으로 변신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정확히 32일. 1700여명의 하림 생산직원들이 대장정의 마지막을 책임지기 위해 2교대로 연신 비지땀을 흘리며 재빠른 손놀림을 계속하고 있었고, 여기에 뒤질세라 관리직 직원들까지 총충돌 명령을 받고 한판 전쟁을 불사하고 있었다. 익산 본사 전체 5개 생산라인이 풀가동되는 상황이다

하림(夏林)은 시원한 여름 숲이라는 뜻. 사업에 뛰어든 김홍국 회장이 처음 이름을 지으면서 더운 여름이 그리워지는 시원한 숲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었다.

하림 직원들은 위생관리를 위해 섭씨 15도로 맞춰져 서늘함이 감도는 생산현장에서 불볕 더위를 이길 국민 보양식을 만드느라 이렇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대식 하림 홍보팀장은 "하림의 전체 1년 농사 성패가 복날을 앞 둔 바로 지금 결정된다"면서 "올 2분기는 닭값이 예년에 비해 강세여서 직원들의 사기가 충천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탐방]하림, 닭고기 하루 50만마리 생산 '비상가동'

◆ 생산성과의 한판 전쟁

2006년과 2008년 조류 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닭고기 소비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온 하림은 올해 그 보상을 한꺼번에 받기라도 하려는 듯 대내외 여건이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닭고기 생산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값이 폭등했었고, 고환율로 환차손까지 발생해 힘겨운 한 때를 보내야 했던 하림은 올 2분기부터 살아난 닭값과 환율 하향 안정화로 최고의 사업호기를 맞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50원 하락할 경우 하림의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5.8%, 31.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원가부담 완화가 동시에 반영되면 실적 모멘텀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년전부터 생산성과의 전쟁을 벌인 성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이라는 대기록도 목전에 두고 있다.

비규격 제품이나 멍이 든 닭고기는 절단육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전 생산공정에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해 나가기 위해 도입한 하림 매니지먼트 시스템(HMS)도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하림 본사 건물 곳곳에는 '품질과 생산성에서 글로벌리더'라는 사훈이 걸려 있다.

이문용 하림 사장은 "사육단계에서 일정정도의 비용을 줄이고 품질로 승부하는 판매단계에서 제값을 받게 되면 '하림'이라는 완벽한 닭고기 브랜드 전성시대가 오게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 "닭고기 하면 하림!" 쐐기 박는다

이러한 이문용 사장의 각오는 정부 정책과도 맞물려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생계 시장에서는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생산되는 브랜드육이 영세농가가 내놓는 생닭과 차별화되지 못했다.

[탐방]하림, 닭고기 하루 50만마리 생산 '비상가동'
하지만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를 전면 시행키로 하면서 하림의 브랜드 계육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까지 닭고기, 오리고기의 포장유통 의무화를 담은 식품안전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식품안전관리를 목표로 모든 먹을거리를 대상으로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조처다.

특히 AI 등이 빈발하자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포장유통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6월 8만마리 이상, 2008년 5만마리 이상에서 2010년 모든 도계 가공공장 및 식육판매점으로 확대 시행되게 된다.

이문용 사장은 "포장유통 의무화에 맞춰 모든 생산라인의 포장시스템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만큼 이제 하림이 국내 닭고기 업계의 선도 기업으로서 시장 개편을 주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은 지난해 매출액이 4453억원, 영업이익이 56억원으로 전년 보다 각각 23.2%, 134.4% 증가했으나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증가로 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올 1분기 매출액은 1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고, 영업이익 75억원, 순이익 4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림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를 크게 웃도는 9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이는 더위가 빨리 시작되면서 닭고기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국내 닭고기 생산잠재력이 예년의 95% 수준에 머물고 있어 닭고기 생산업체 모두 올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산=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