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올 3분기 코스피지수가 1600대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외국인이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연기금이 '사자'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4분기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조정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가장 많이 꼽았다.

◆외국인 매수 기조 유지 예상


29일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대체로 1300~1600대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올 3월부터 시작된 상승 추세가 살아 있는 만큼 내달 초부터 시작되는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1600대에서 연중 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엔 금융위기 해소에 따른 안도감이 상승 동력을 제공했지만 하반기엔 펀더멘털 지표의 개선이 동반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연중 고점으로 1700을 제시했다.

동양종금증권은 미국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고,중국의 내수경기 부양 효과가 국내 수출기업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IT와 자동차 중심의 증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수급 개선도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연기금이 하반기에 2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4분기엔 올 들어 공격적으로 푼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이에 따라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대투증권은 3분기까지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4분기엔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부양정책 효과의 소진 등으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 하단으로 1340선을 제시했다.

'신중론자'로 통하는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2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센터장은 "4분기엔 기업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흐름이 부진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이 금융위기에 따른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거품을 만들어낼 경우 증시가 1120선까지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미국 9 · 11 테러가 터졌던 2001년 상황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증시는 테러 발생 후 공격적인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강한 반등세를 탔다가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면서 한차례 조정을 받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주가가 급반등했다가 조정됐던 당시와 최근 주가 흐름이 매우 유사하다"며 "하반기 주가는 1150~14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IT · 자동차가 증시 주도

하반기 증시는 IT와 자동차가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우리투자증권은 경기 회복의 대표 수혜주인 삼성전자와 중국 소비의 수혜를 받는 현대차 LG전자 등이 하반기에도 증시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IT와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엔 원 · 달러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고,반대로 원화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인다면 국가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며 "결국 1250~1300원 사이의 '황금박스'에 머물게 되면 투자심리 안정과 함께 증시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IT와 자동차 외엔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되는 철강 건설과 증권 은행 등이 하반기 관심 업종으로 꼽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6.08포인트(0.44%) 하락한 1388.45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408선까지 오르며 1400대 회복을 시도했지만 기관이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무산됐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중 일본의 지난달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며 "이번 주 후반 발표되는 ISM제조업지수 등 미국 경기지표를 확인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풀이했다.

장경영/조진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