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유망 가치주를 5000억원어치 매입할 방침이어서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영업이익 상승률이 높으면서 주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저평가돼있는 종목들이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당수익률이 높은 자산주들도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번 주에 5개의 운용사를 선정,각 사당 1000억원씩 모두 5000억원을 유망 가치주에 장기 투자키로 하고 희망하는 운용사들에 가치주 선정 기준을 제시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내 운용사 선정이 완료되면 국민연금의 가치주 장기투자가 이르면 7월 초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관련 종목들이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에서 가치주로 꼽히는 주요 종목들은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코스피지수가 약보합에 그친 데 반해 현대H&S가 53.9%나 오른 것을 비롯 한섬(13.8%) 동양고속(4.5%) KT&G(4.2%) 등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달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업종 대표주와 함께 KT&G(3907억원) 신세계(2545억원) 아모레퍼시픽(604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들 역시 LG디스플레이 현대오토넷 다음으로 KT와 한국전력 등을 많이 사들였다.

다만 가치주 선정에는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만으로는 상승 탄력을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곽중보 연구원은 "향후 꾸준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 중에서 PBR가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현금흐름 등 재무구조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가치와 함께 수익의 안정성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을 가치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2010년까지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 중 PBR가 1배를 밑도는 종목은 현대DSF(0.54배)와 삼영전자(0.56배) 롯데삼강(0.63배) 부산가스(0.78배) 등 36개에 달한다. 대한항공현대미포조선 GS 등 일부 대형주들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저PBR 종목으로 꼽혔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투자를 표방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코스피지수를 추종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투자 대상은 중대형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가 크게 떨어진 대형주들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한화석화와 금호석유 한국철강 등은 PBR가 낮으면서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은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높으면서 현금흐름 등 재무구조가 양호한 종목으로 현대중공업과 GS홈쇼핑 CJ인터넷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향후 이익 성장률을 감안할 때 주가수익비율(PER)도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