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오버행(대량 매물) 부담' 우려가 불거졌다.

두산중공업은 26일 장 시작 전 시간외매매를 통해 자사주 300만주를 매각했다. 주당 6만6100원에 약 2000억원 규모다. 보호예수 기간은 3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750만주) 매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자사주 매각이 이뤄지자 당혹해했다. 산업은행 지분과 함께 남아 있는 자사주 1600만주도 언제든지 매물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두산중공업은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4.38% 급락한 6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자사주 매각은 예상밖의 일"이라며 "산업은행 지분을 블록딜(대량매매)을 통해 받을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 불쑥 자사주 매수의사를 타진하자 여러 기관이 불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 지분을 가진 기관들은 싼값에 다른 기관에 지분이 넘어간 데다 이 물량이 단기매물화될 우려도 있어 마뜩잖아 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산업은행 지분에다 자사주 추가분까지 나오더라도 물량 자체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시장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자사주 추가매각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자사주 매각은 해외입찰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목적으로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전용범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오버행 우려가 커진 데다 두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두산중공업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는 점이 주가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장창민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