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정보 공개 없이 주식의 대량 거래가 가능한 거래 체계 '다크풀(Dark Pool)'은 익명성과 함께 경쟁사에 장중 거래 내역을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꿈의 거래환경'이다.

다크풀을 이용한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증시에서 다크풀은 '남의 얘기'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크풀과 같은 장외거래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 정보가 한국거래소에 집중되는 우리 증시의 특수성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86조 2항의 규정에 따라 시장참여자는 거래소를 통해서만 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 매매거래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정해진 요건을 갖춘 회사들이 상호 간 스스로 거래를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다크풀을 비롯한 장외거래 기법이 생겨났으며,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발생된 일간 거래량의 8∼10%가 다크풀을 통해 처리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의하면 뉴욕 증시의 평균 건당 장내 거래량은 300주인데 비해 다크풀 거래의 경우 5만5천주 정도다.

이처럼 장외 대량거래가 빈번해지면서 거래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유럽증권감독위원회(CESR)에서는 다크풀 거래의 규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다크풀 거래와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부터 기관투자자 전용의 대량 주식 거래체계 '코리아 크로스(Korea Cross)'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시장 침체로 거래가 그리 활발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런 거래시스템이 출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미국처럼 활발하게 운영되면 거래소의 경쟁 상대도 되고 유동성 공급 기능도 가질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금 편해진 장외시장 정도"라며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가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