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우리 증시 앞에 미국 증시에서 확산되고 있는 비관론이라는 고개가 하나 더 생길 전망이다.

미국 시장 내 비관론은 경기 회복의 불투명성과 그에 따른 증시 추가 상승의 어려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같은 비관론은 코스피지수와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간 동조화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다 현재 우리 증시가 악재에 민감해져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의 추가 상승에 분명히 문제가 생겼다"고 단언했다.

WSJ는 미국 증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주가가 더는 낮다고 느껴지지 않고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전보다 덜 나쁜' 소식에 감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WSJ의 분석은 최근 잇따르는 미국 증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의 결정판이다.

지난 19일 AP통신은 "경제 회복이 생각보다 늦어질 가능성과 올 들어 보여줬던 증시의 상승세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최근 몇 주 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있어 왔다"고 지적했고, 같은 날 로이터통신도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현실의 벽과 충돌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가 연말까지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 데 이어 전날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1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유가와 미국의 재정 적자 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증시 안팎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장 큰 배경은 지난 주말 다우지수가 연중 최저점이었던 지난달 9일에 비해 30%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회복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3월 이후 최고치였지만 지난 16일 나온 산업생산 감소율이 예상을 웃돌았다는 점은 심리적으로는 양호하지만 실제로는 미흡한 미국 경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에 대해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으면서 한국 경제가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에 의지할 수도 있지만 미국 증시에서는 그런 긍정적 요인조차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에는 경기가 최악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빼면 기댈 구석이 아무것도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미국 경제가 만약 다시 침체에 빠지고 뉴욕증시도 하락 추세를 보이면 우리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