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가 다시 주목받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뚜벅뚜벅 저희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수탁고 30조원의 신화 '바이코리아 펀드'로 대한민국 펀드 시대를 활짝 열었지만 그 열매를 맺지 못하고 좌절을 맛봐야 했던 현대증권. 그런 현대증권이 지난 17일 자산운용업 본인가를 획득하고 100% 출자한 자회사 현대자산운용을 다음달 본격 출범시킨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강연재 부사장과 리서치센터의 베테랑 투자전략가 김지환 상무를 투톱으로 내세워 현대자산운용의 진용을 꾸렸다.

현대자산운용은 자본금 300억 규모의 종합자산운용사로, 현대증권이 초기 자금으로 800억원 정도의 시드머니를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현대자산운용 초대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은 강연재 대표이사는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막중한 책임감과 연착륙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신(新) 펀드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확신이 있고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모델도 이미 확보한 상태"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2006년 묻지마 펀드 투자가 횡행하던 시절 펀드에 가입했다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요즘, 새로운 자산운용사의 출범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현대자동차의 북미시장 진출 역사를 예로 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최근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빅3'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현대차는 중소형 차종을 앞세워 오히려 북미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면서 "현대차도 처음부터 지금의 성공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펀드투자 역시 어려운 시절을 지나 이제 제대로 된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될 시점이 왔다는 이야기다.

강 대표는 "재작년까지 국민 펀드 시대를 거쳐 반토막 이하의 수익률을 맛보기까지 여러 부침을 통해 투자자들이나 운용사들이 많은 경험을 했다"면서 "하지만 직접투자를 하는 것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수익률 측면에서 낫다는 사실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펀드 시장이 살아 나는 것을 보면 조만간 국내 펀드 시장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트랙 레코드(경험)를 쌓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이기는 싸움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산운용이 내세우는 주무기는 '맨파워'다.

강 대표 그 자신이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아침운동을 거르지 않고, 경기도 판교 자택에서 서울 여의도 사옥까지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부지런함의 소유자다.

현대증권의 투자전략가로 유명한 김지환 상무를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영입했고, 슈로더증권 등에서 명성을 떨쳤던 공현무 전무에게 마케팅 총괄을 맡겼다. '현대'라는 명성을 염두에 두고 입사한 신규 인력 등 전체 직원 39명 모두가 그의 든든한 우군이다.

강 대표는 "한번에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하고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것이 결국에는 승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며 "최고의 운용인력을 확보한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주식운용본부 구성원들은 자진해서 주중 금주(禁酒) 선언도 했다. 알토란 같은 고객들의 돈을 운용하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프로가 아니라는 생각에 구성원들이 서로 의기투합한 결과다.

강 대표의 머릿속에는 공모펀드의 성공전략으로 가득차 있다. 이미 상품등록 절차를 밟고 있고 이르면 내달 7일 첫 상품인 '현대 드림주식형 펀드 1호'가 출시된다.

"올해는 각 유형별 대표 펀드를 우선 출시해 운용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대증권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대체할 우수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1차 목표입니다"

벌써 주식형 4개를 포함해 채권형 혼합형 MMF형 파생상품형 등 20개 상품개발을 마쳤다. 그중에서도 현대드림 주식형 펀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강 대표는 "우량 대형 성장주에 집중투자하는 액티브 운용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아울러 투자자산 총액의 60% 이상을 녹색성장 관련주에 투자하는 현대 그린 주식형펀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투자 유니버스(종목투자 모델) 400개를 중심으로 추가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가중치를 둬 70%정도의 집중 투자를 해나갈 방침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백투더베이직'(back to the basic) 지론도 폈다.

그는 "기존 운용사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란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 해답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수한 인력이 정리된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올라서자 펀드를 환매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내면 2012년 수탁고 10조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카이스트 산업공학대학원을 나와 1979년 현대그룹에 입사, 그룹 종합기획실과 현대건설 상무, 현대투자신탁 상무 등을 거쳐 지난해까지 현대증권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대자산운용을 현대증권 더 나아가 현대그룹의 위상에 맞는 운용사로 키워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강 대표. 그가 숙명처럼 따라 다니는 '바이코리아 펀드'의 꼬리 표를 떼고 진정한 현대그룹의 색깔에 맞는 새로운 펀드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글=한경닷컴 증권팀 변관열ㆍ오정민 기자 bky@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뉴스팀 김기현 기자 k2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