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탄력을 잃고 있는 만큼 신용거래가 급증한 종목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식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9일 1년여 만에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선 이후 현재 4조450억원까지 늘어났다. 활황장이었던 2007년 중순 7조원대로 불어났던 신용거래는 작년 금융위기 여파로 1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올 들어 개인들의 직접 주식투자 참여가 증가하면서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닥지수는 3.45% 빠지며 조정받고 있지만 신용융자잔액은 7.13% 늘어난 1조701억원까지 불어났다. 코스닥시장에서 주목받는 공모주와 녹색성장주들의 신용잔액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발광다이오드(LED)업체인 서울반도체는 신용 잔액이 41억원 늘었고,풍력발전주 태웅, LED 관련주 우리이티아이, 태양광 관련주 소디프신소재 등도 30억원 안팎씩 증가했다. 지난달 19일과 29일 각각 상장한 한국정밀기계(26억원)와 차이나그레이트(24억원)도 신용융자 잔액 증가 상위 10위권에 든다.

하지만 공모주와 녹색성장주들의 주가가 최근 들어 크게 빠지면서 담보 부족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신용 잔액이 50억원 증가했던 조이맥스는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현 주가가 41%나 급락, 담보 부족 가능성까지 불거져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또 서울반도체가 이달 1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녹색성장주들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모주나 녹색성장주들이 테마를 이루고 주목받으며 신용거래 규모도 급증했지만 이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조정받는 과정에서 신용거래 물량까지 가세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주식 거래량에서 신용거래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인 공여율이 높은 종목들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휴대폰 결제업체 다날의 공여율이 33.03%에 달했고,2차전지 관련주 에코프로(30.24%) 중국기업 차이나그레이트(29.01%) 등의 순으로 높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화증권(25.58%) 유진투자증권(22.59%) SK증권(21.99%) 동양종금증권(16.84%) 삼성증권(12.48%) 등 증권주들의 공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 손실이 커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 주문이 나가고 주가가 오르면 매물이 쏟아질 우려가 있어 공여율이 높은 종목은 그 자체로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