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개월간 한국을 포함하는 전 세계 주식시장은 매우 견고한 랠리를 보이고 있다. 3월초부터 세계시장(MSCI World 기준)은 약 40% 상승했고 선진국을 제외한 이머징마켓(MSCI Emerging Market)은 저점 대비 80%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폭발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수개월에 걸쳐 전개된 슈퍼 랠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현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로 발행된 신용부도스와프(CDS)의 가격이 구조적으로 왜곡되면서 증폭된 것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발단은 비우량(서브프라임) 주택대출이었지만, 이것이 전 세계를 흔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된 이유는 이미 애초부터 왜곡되어 있었던 신용부도스와프 가격에 기초하여 (다른 자산 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 많은 재정 거래가 얽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향후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모든 자산시장(주식, 국채, 회사채, 모기지증권, 신용관련 증권, 원자재, 환율 등)의 상호작용(interplay)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예컨대 선진국 경제는 불황에 허덕이는데 이머징마켓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구조적 탈 동조’ 시나리오는 그리 논리적이지 못하다.

주식가격의 변화는 기업이익이라는 본질 외에도 대체자산간의 수익률 괴리를 시정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더 나아가 사업전략 수립과 예산 책정에 대한 기업의 결정은 많은 부분 시장수익률에 기초하기 때문에 기업이익이라는 본질 안에는 이미 시장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은 회사채 가격의 상승에 기초하고, 회사채 가격의 상승은 국채 가격 상승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국채 상승은 국가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 하락에 많은 부분 연동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은 (달러 대비) 통화가치 상승과 선 순환의 상호작용을 보여왔다. 이 자산 군(asset class)들은 서로에게 있어 가(加)요소인 동시에 피(被)요소이다.

최근에 목격되고 있는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주식시장과 환율의 상관관계이다. 2002년 2분기부터 2004년 2분기까지를 제외하면 지난 10년 동안 코스피와 원화 가치는 (주간 단위로) 통상적으로 0.4에서 0.8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현재 코스피와 원화 가치의 상관관계는 0.86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최고 수치이다. 따라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볼 때 현 상황의 본질은 보다 명료해진다.

최근의 현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난 2개월 동안의 달러 약세 추세는 약간의 미심쩍은 면을 담고 있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한국 통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통화를 상대로 진행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세계 금융시장을 이루는 자산 군들은 상호작용에 따라 일정한 폭으로 움직이며 시장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몇 일, 또는 길어야 몇 개월 정도로 일시적으로는 역 상관관계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다.

밑의 그림은 부도위험을 조정한 후의 독일과 미국의 5년 국채 수익률 차이와 달러 대비 유로통화 가치를 보여준다. 이 두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또 일정한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필연적인 것이다. 모든 내생변수가 동일하다면 환율(그리고 주가)은 각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차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월 14일을 시작점으로 이 두 지표는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역 상관관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때는 2002년 4분기, 단 한번뿐이었다.



공중에 던져진 물체는 중력이 법칙에 의해 반드시 땅으로 떨어져야 한다. “와~ 신기하다”라고 감탄하며 따라가는 대신 왜 그러한지 질문해야 한다. 어떠한 현상이 필연성을 거스를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위 현상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바로 금융위기의 핵이었던 신용부도스와프가 있다.

기업의 부도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회사채나 CDO(채무담보부증권)의 가격은 떨어진다(따라서 수익률은 올라간다.) 그런데 지난 수 년에 걸쳐 진행된 유동성 공급 정책과 그에 대한 글로벌 정책당국의 의지 표명은 차입금리(Libor+가산금리)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는 동시에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의 상승 여력을 억제했다.

이 과정이 누적된 결과로 회사채나 CDO 수익률이 CDS 스프레드와 차입금리를 더한 수치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구조적 이상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채권자(또는 투기세력)에게 있어 이것은 무 위험 수익이기 때문에 당연히 (예를 들면 100원의 회사채를 사고 100원에 대한 부도가입 보험을 듦으로써 무 위험으로 채권수익을 확정 짓는) 차익거래에 나서게 된다. 이러한 거래를 Negative Basis Trade라 한다.

두 번째 그림은 Negative Basis Trade 기회를 보여주는 계량차트이다. (시각적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0을 기준으로 위 부분을 무 위험 차익거래 발생 구역으로 표기했다.) 4월13일을 시작점으로 최근 5월 말까지 꾸준히 0을 상회했다는 점과 동일한 시기에 (첫 번째 그림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상현상이 목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Negative Basis Trade는 회사채와 주식의 가격을 상승시켰고, 뒤 이은 선 순환 과정은 전체적으로 위험자산 군(이머징마켓 주식과 원자재 등)에 대한 비대칭적 수요 증가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6월에 들어오면서 대부분의 Negative Basis Trade 기회는 소멸되고 있다. 주가 상승을 견인해왔던 한 축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강제적 매수(forced buying)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미래의 이익증가 전망에 의해서도 시장 상승은 지속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의 기업이익 추이가 실적장세를 정당화 해 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다음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은 미국기업의 실질 채산성을 보여준다. 논리적인 시각에서 볼 때, 기업의 가치는 본전 이상의 이익을 올릴 때 상승해야 한다. 만약 이익이 100% 상승하더라도 투하자본이 150% 상승했다면 단위당 채산성(자본이익률)은 하락할 것이고 이는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

특히 0 부근에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 사이클(2000년대 초반)을 보면 기업이의 실질채산성이 0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시장 하락이 본격화 되었고, 반대로 0을 상회하는 시점을 확인한 후에 대세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근거할 때 현재의 기업 실적과 미래 실적에 대한 전망은 대세상승의 조건을 (아직까지는) 충족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규모의 주식공급(cash calls) 물량이 발행되었고 미국의 소매판매는 아직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그 동안 주식매수 여력을 제공해왔던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보다는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내용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에서의 의견은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지수 수준이나 기간 면에서 조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는 시장원리에 따른 극히 정당한 현상이며 놀라거나 당황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다.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면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글로벌운용 담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