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투자자산이 소규모인 '자투리펀드 없애기'에 나섰다.

설정액 50억원을 기준으로 삼아 일정 기간에 설정액이 이에 미달하는 펀드는 임의 해지하거나 더 큰 다른 펀드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소형 펀드를 정리할 방침이다. 자투리펀드를 줄여 펀드를 대형화해야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펀드 해지 · 합병과 설립 절차 강화 등을 법안으로 강제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는 모두 2060개로 전체의 절반(47.7%)에 달해 자투리펀드 통 · 폐합은 펀드시장 활성화에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펀드 규모 적정화' 연구 용역을 맡은 정순섭 서울대 교수와 업계 사장단은 이날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최봉환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을 비롯해 백창기 동양투신운용사장,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사장,정찬형 한국투신운용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자투리 펀드의 해지와 합병 간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민원과 소송을 막기 위해 투자 원본인 설정액이 일정 규모 미만일 경우 해당 펀드를 강제 합병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명시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1개월간 계속해 설정액이 100억원에 미달할 경우 운용사가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절차상 문제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운용사 사장은 "100억원으로 돼있는 현행 소규모 펀드 기준은 너무 높다"며 "전체 펀드의 4분의 1 수준인 10억원 미만 펀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용역을 맡은 정 교수는 "펀드 대형화를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가 많아 가급적 많은 의견을 듣고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와 협회는 내달 초순까지 '펀드 규모 적정화' 방안을 마련,오는 7월10~11일 강원도 문막 오크밸리에서 열리는 자산운용업계 사장단 세미나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협회는 업계 안이 확정되는 대로 금융감독당국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 올 정기국회에 상정토록 할 방침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