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초 이후 1400선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한 달 반째 맥빠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대금도 갈수록 줄어 매수세와 매도세 간 눈치보기 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추가 상승'을 점치는 쪽과 '조정 불가피'를 주장하는 측이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며 외국인 매수세, 2분기 실적, 국제 유가 동향 등이 좁은 박스권 증시를 깨뜨리는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 우위는 변화 없을 것

15일 하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한때 1401선까지 밀렸다가 개인의 매수세로 16.17포인트(1.13%) 내린 1412.42에 장을 마쳤다.

1400선을 방어하긴 했지만 거래대금이 약 3개월 만에 5조원 아래로 떨어져 위축된 투자심리를 나타냈다. 이날 거래대금은 4조9741억원까지 급감해 지난 3월30일(4조8954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476억원을 순매도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기조엔 변화가 없다는 관측이다. 이상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전무는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외국인의 자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56포인트 이상 급등한 데 따른 경계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엔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월 말 1.24배에서 이달 들어선 1.30배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에 비해 신흥시장은 1.45배에서 1.73배로 뛰었고 선진시장도 1.42배에서 1.56배로 높아졌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맴도는 동안 밸류에이션이 개선됐다"며 "이는 외국인 매수세를 유지시키는 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2분기 실적 개선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경우 증시가 박스권 상단을 뚫고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또 미국 증시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뚫은 뒤 내려오지 않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 수출주 중심으로 대응

증시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쪽에선 유가 상승세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2007년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주요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경험을 들어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 유가 상승은 증시에 부담 요인이란 분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가 현재 72달러 수준에서 80달러대로 올라선다면 외국인 매수 강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도 증시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핵 사태는 증시엔 '잘 해야 본전'"이라며 "사태가 악화되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증시가 지난 한 달 반 동안 크게 밀리지 않고 1400선 근처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내수 부양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올 1월 56억달러에서 4월엔 83억달러에 달했고 지난달엔 82억달러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이 같은 '중국 효과'가 다른 지역의 본격적인 경기 회복 없이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대표 수출주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실적 개선이 뚜렷한 수출주가 그나마 투자자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