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빠르면 연내 금리올릴 것"

별다른 충격 없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 이후 채권시장에서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단기물, 장기물 할 것 없이 모두 금리가 급등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9%포인트 오른 4.97%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22%로 0.18%포인트 급등했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5.48%로 0.16%포인트 뛰었다.

3년물과 5년물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선물은 외국인이 6천300계약을 순매도한 가운데 68틱(1틱=0.01P) 폭락한 109.88로 거래를 마쳤다.

이번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됐기 때문에 발표 이후 채권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성태 총재의 발언이 시작되자 채권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장은 ▲과잉유동성 및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중앙은행의 판단 ▲경기 전망에 대한 변화 여부 ▲이런 여건에서 통화당국이 언제까지 현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고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보다 좀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경기가 현저하게 살아난다고 하기도 어려우며 이런 국면이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번 달에는 "경기하강이 거의 끝났다고 판단되며 경제활동이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 개선돼서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하기에는 이른 감"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경기 판단이 크게 개선됐다고 판단했다.

과잉 유동성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지난달 "경제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다"에서 이번달에는 "유동성 문제, 특히 단기쪽에 몰려 있는 자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득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해 시장은 유동성 역기능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또 지난달 특별한 언급이 없던 주요국과의 금리인상 공조 부분에 대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해 공격적인 금리인하기와 마찬가지로 금리인상도 주요국과 공조할 것이라는 점을 그는 시사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친화적이던 통화정책 스탠스가 사실상 변화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채권시장은 받아들였고 투자자들은 매물을 내놓기에 바빴다.

전문가들은 당장이 아닌 내년 1분기에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채권금리가 한단계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부증권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휴지기에서 금리인상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내년 1분기로 판단한다"며 "통화정책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한은 총재가 조심스럽게 통화정책 스탠스가 변화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채권금리의 레벌업 과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2.5% 안팎에 머무르던 1년물이 3% 근처까지 온 것은 6개월 내로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시장이 예상한 결과"라며 "오늘은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면이 없지 않지만 좀 더 강경한 발언을 확인한 만큼 향후 금리는 한단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