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1∼12위가 모두 하락한 가운데 시총 13위인 KT&G가 7.12% 상승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KT&G는 경기방어주로 지난해 9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호조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최근 조정장세 속에서 경기방어주가 다시 한 번 주목받을 수 있을까?

◆초라한 성적 낸 경기방어주

경기방어주는 경기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전력, 가스, 의약품, 음식료 등의 업종에 속하는 종목들이다. 지난해 하락장 속에서 실적 안정성이 부각되며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단기간에 지수가 반등하며 경기민감주와 낙폭과대주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경기방어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9일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23.91% 올랐고, 코스닥지수의 경우 55.99% 뛰었다. 그러나 음식료업종 지수는 0.67% 오르는 데 그쳤고, 전기가스(3.41%), 의약품(7.59%), 보험(10.51%), 통신(15.05%) 등도 부진한 성적을 내놨다.

이에 시가총액 상위에 올라 있던 경기방어주들의 순위도 내려갔다. 지난해 말 시총 4위의 자리를 지켰던 SK텔레콤은 7위로 밀렸고, KT&G는 11위에서 13위, KT의 경우 13위에서 15위, 삼성화재는 15위에서 17위로 떨어졌다.

◆"조정 소나기 피할 단기 투자대안"

전문가들은 경기방어주군이 다른 종목들에 비해 주가 수준 매력이 커졌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또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투자 시에는 실적 등 펀더멘털(내재가치)과 상승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각국의 재정 적자 확대, 경기 회복 검증의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현재 지수가 교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투자자들이 그동안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에 편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으나 급등 부담에 따라 일부 구성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 단기적으로 경기방어주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경기방어주들의 주가가 연말 배당투자를 노려볼 수 있는 매력적인 수준까지 내렸다"며 "SK텔레콤과 KT&G의 경우 올해 실적 기준 배당수익률이 5% 내외로 시장금리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전망이 밝고, 지수의 대세적인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경기방어주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많이 싸져서 피해있을 만한 주식'이라는 점에서 단기 투자대안은 될 수 있겠지만, 경기가 저점을 형성하고 바닥을 딛고 올라가는 모습이라고 가정하면 장기적으로 방어주보다는 경기민감주 등의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한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방어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성보다는 현금비중을 늘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물 경기가 바닥 혹은 바닥을 통과하는 국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방어주로 종목을 교체하기보다 차라리 현금 비중을 확대한 뒤 조정 후를 노려 경기민감주 등을 재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