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국제 유가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종의 경기지표로도 쓰이는 유가 상승세는 경기 반등 신호로도 해석되지만, 과도한 상승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른 미국 서부텍스산원유는(WTI) 전날보다 배럴당 1.92달러 오른 70.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7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4일 이후 처음이며, 올해 2월 이후 배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나타난 유가 상승이 금융위기 안정과 글로벌 경기 개선을 동반하며 시너지 효과를 봤다면 최근의 급등세는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은 한편으로 경기 반등의 신호인 동시에 경기침체기 팽배했던 안전자산 선호가 이완된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 측면에서 생산 비용을 상승시키고 기업들의 마진을 압박하며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약화시킴으로써 경기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이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가 펼친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과 달러화 약세와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유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달러가치 하락→유가 상승'이라는 구조적인 악순환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소장호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경제의 체력을 감안하면 유가 상승 속도에 다소 과도한 쏠림현상이 감지된다"며 "펀더멘털 요인을 넘어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 약세와 동시에 나타나며 구조적인 악순환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가 70~80달러를 넘어서면 기업 이익과 무역 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에 대한 우리 경제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전방위적으로 생산 비용의 상승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80달러 사이의 안정적 흐름을 보이던 2006년과 2007년 상반기에 글로벌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80달러를 넘어가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지난해 상반기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경기침체가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 80달러가 하나의 투자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의하면 올해 유가는 35~75달러로 전망되고 있다"며 "유가가 70달러를 넘으면 현재의 펀더멘털 여건에서 가계와 기업에 부담 요인으로 재인식되면서 조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