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단타 매매로 수익률 게임에 치중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기관은 북한 리스크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매매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가 하면 재료를 보유한 종목을 갈아타며 치고 빠지는 전략에 열중하고 있다. 업종 대표주 위주로 꾸준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수개월째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는 기관이 일부 종목으로 무리하게 수익률 경쟁에 나서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매수 가담으로 막판 급반등


5일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이날 지수는 장내내 보합세를 유지하며 횡보했지만 마감 20분을 앞두고 급반등했다. 막판에 기관이 비차익거래로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3500억원에 달했던 기관 순매도 규모가 2600억원 수준까지 급감한 것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기관은 종목별로도 단기간 매수와 매도를 오가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매주 물갈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둘째주에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10종목 가운데 그 다음 주에도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주식은 현대모비스 삼성테크윈 KCC 등 세 종목에 그쳤다.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 교체 현상은 최근 더욱 심해져 5월 마지막주와 6월 첫째주의 경우 각각 직전 주 10개 종목 중 단 한 개만 상위 10위권에 남았고 나머지는 모두 '뉴 페이스'가 차지했다.

기관은 특히 사들였던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기관은 5월 둘째주에 929억원 순매수했다가 그 다음 주에 212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어진 2주 동안에도 60억원 순매수와 253억원 순매도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했다. 이 기간에 기아차 주가는 기관이 사들이면 올랐다가 기관이 순매도하면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되풀이했다. NHN 삼성이미징 삼성테크윈 KCC 현대제철 동국제강 LG하우시스 등은 최근 주간 단위로 기관이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며 차익을 챙긴 대표적인 종목이다.

반면 외국인은 우량주 중심으로 지속적인 매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4주 연속 삼성전자 포스코 신한지주 GS건설 등을 대거 매수 중이다. 외국인의 경우 주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5~6개 종목은 그 다음 주에도 '톱 10'에 들어 뚜렷한 연속성을 보였다.

하지만 수익률 경쟁에서는 종목을 활발하게 바꾼 기관이 외국인을 앞지르고 있다. 5월 이후 기관이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 중 13개가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7개에 그쳤다. 이 기간에 기관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동양종금증권(34.93%) SK네트웍스(33.19%) 외환은행(26.99%) 등은 주가가 급등했다.

◆변동성 확대 우려

기관이 옐로칩(중가 우량주) 위주로 단타 매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제한된 자금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들어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빈번한 종목 교체의 주범이란 평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는 3월에만 260억원 순유입됐을 뿐 매월 자금이 빠지고 있다. 지수가 1300선을 넘어선 4월에는 3450억원 순유출됐고 5월에는 9600억원 빠져 나갔다. 이달 들어서도 3일까지 1700억원가량 줄어드는 등 환매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권이 수익률을 맞추려다 보니 중가 종목 위주로 단기 매매에 치중하고 있다"며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할 기관이 단타 매매에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주식본부장은 "자금 여력이 많지 않아 목표했던 주가까지 단기간 급등하면 일단 차익을 실현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며 "같은 종목으로 '고가 매도 저가 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집중 공략한 종목들은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막상 지수는 한 달 이상 횡보하고 있다"며 "기관이 일부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탓에 시장 전체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