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황 지표인 건화물운임지수(BDI) 급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해운·조선株들의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BDI 상승세가 단기랠리로 끝나더라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BDI가 조정 양상을 띄고 있어 향후 관련주들의 주가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5일 연속 강세를 보이던 해운주들의 주가 상승세가 지난 4일부터 이틀째 하락세로 돌아섰고, 해운사들의 실적개선이 발주취소나 납기연기를 약화시킬 것이란 기대로 폭등 양상을 보였던 조선주 주가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13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승 추세를 보이던 BDI가 지난 4일 4.61% 내린 4093으로 마감, 하락 반전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병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BDI 4000선 돌파는 중국의 철광석과 석탄 수요가 순간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증가한 중국 수요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BDI 역시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운주들의 내림세 역시 STX팬오션과 같이 개별 종목별로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BDI 하락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BDI가 4000선을 한계로 조정을 받게 되면 해운주 주가 역시 연동된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BDI 급등을 놓고 장기적인 추세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 내 생산 철광석 보다 싼 수입 철광석 사용을 늘리면서 BDI가 지난 3일 기준 4291까지 치솟았다"며 "하지만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경우 노후선 교체량과 신생조선소 수주잔고 물량을 수주잔고에서 제거한다 하더라도 향후 3년동안 연평균 24%의 선복량 증가가 예상돼 장기적으로 BDI 3000 이상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BDI 상승으로 벌크선 건조를 의뢰한 선주들의 계약해지, 납기연기, 중도금 연기와 같은 변경 요구가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조선사에는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영증권은 최근 벌크시장 운임이 단기적인 랠리라고 보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BDI의 단기급등을 이상 과열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 STX팬오션이나 대한해운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운임 상승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투기적인 세력에 의한 '크리이지마켓'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며 가파른 상승 이후 급격한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운임 상승이 100% 실수요에 의한 것은 아니더라도 항만에 배가 묶여 내려가는 운임만 바라보던 상황과 현재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량 대비 재고가 많아 하반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운임 하락 시에도 BDI 2000 이상의 운임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벌크선사 유동성 위기 우려도 덜어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