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심각성은 미국 등 외국에 비해선 덜한 편이다.

한국은행은 올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7%에 비해 상승폭이 상당히 줄 것이란 전망이다. 상반기 3.3%에서 하반기 2.2%로 오히려 하반기에 물가 안정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내년 인플레율에 대해선 2.5%로 올해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상반기 3.5%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엔 2.2%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먼저 경기침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4%로 예상되고 취업자 수가 13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가 위축돼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환율이다.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원 · 달러 환율이 낮아지는(원화가치 상승)추세여서 국내 물가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환율은 최근 들어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때 달러당 1600원 근처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5월 들어 1200원대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 · 달러 환율에 대해 상반기 평균 1345원에서 하반기 평균 1145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10% 올라도 환율이 10% 떨어지면 국내에선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플레 위협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선 인플레 압박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많다.

당장 시중 유동성이 문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한은과 우리 정부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시중에 쏟아부었다. 지난해 9월 이후 늘어난 본원통화만 10조원을 웃돈다. 증가율로는 20%를 넘는다. 이를 포함해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은 27조원에 이른다. 기준금리는 연 5.25%에서 사상최저인 연 2.0%로 낮췄다. 정부 역시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보다 40조원 많은 돈을 재정으로 투입하고 있다.

저금리에다 시중에 자금이 넘치다 보니 자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강남의 일부 아파트는 최고점 수준에 근접할 만큼 가격이 뛰었다. 주식시장 역시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000선 안팎에서 1400선으로 40% 가까이 치솟았다. 한은에서도 경제회복을 위한 확장적 통화정책은 유지하겠지만 단기자금의 부동산시장으로의 급속한 이동 등에 대해선 시장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하고 있다.

외부 요인이 언제라도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뛰는 것은 국내 물가를 들썩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서울과 인천지역의 택시요금 인상,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 등이 그러한 경우다. 만약 국제유가가 지난해처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이는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가 대폭 상승할 수도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