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호재'..80弗 부근 임계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증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원유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급등이 기업의 비용 인상과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주가에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이런 분석은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전제로 한 것으로,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악재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

4일 증시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는 임계점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제시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모두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도 2일 기준 66달러를 넘었다.

WTI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최근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조만간 8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까지는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고 에너지기업 및 소재관련 업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하면 외국인의 매도를 일으키면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80달러를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80달러는 지난해 상반기 달러화 약세로 유가가 150달러 부근까지 치솟기 직전의 유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도 "유가가 상승하면 산유국인 중동과 러시아 등 신흥국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체 글로벌 시장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70달러를 넘어 80달러대까지 상승하면 경상수지에 부담을 주면서 부정적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상품가격 상승이 증시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겠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부정적일 수 있다"며 "그 절대 수준을 정확하게 짚어내기가 어려운데 과거의 경험 등을 감안하면 70달러대 후반이 1차적인 임계점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미 임계점에 거의 도달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2006~2007년의 유가 상승은 중국의 강한 수요 등에 의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증시에 호재가 됐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며 유가가 70달러를 넘으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