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인위적 외환보유액 확충 위험"

연구기관들이 외환보유액을 3천억 달러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인위적으로 확대할 경우 환율 조작국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대기 연구위원은 3일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정할 때 기존에는 경상거래에 자본거래만 포함했지만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 유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계산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3천억 달러가 조금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환보유액은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므로 풍부할수록 좋다"고 말하고 "다만, 기회비용의 부작용이 있고 외환 확보를 위해 유동성을 늘리면 통안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이자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적정 외환보유액을 굳이 계산하자면 `3천억 달러+ a'가 된다"면서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60%)과 환란과 금융위기를 경험한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은 많을수록 좋다"면서 "대외충격에 노출된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안보가 불안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는데 3천억달러 안팎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의 연구원은 "작년 초반에 외환보유액이 2천600억달러 규모였고, 작년 말에 보유고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는 조금 많은 수준인 3천억 달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인위적인 외환보유액 확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외환보유액을 인위적으로 쌓으면 통화량 증가를 초래하고 이는 통화안정증권 발행으로 통화량을 흡수해야하는 부담으로 이어진다"면서 "자칫하다가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환율조작국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채가 줄어들거나 크게 늘지 않는다면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부담도 덜게 된다"면서 "연말까지는 무역수지 흑자, 환율, 국제금융 상황 등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손병두 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것은 시장에 개입한다는 뜻인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외환보유액 외에 통화스와프도 위기 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JP모건체이스의 임지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액은 외채의 증감과 같은 방향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환보유액 확보를 위해) 시장에 잘못 개입하면 원화 국제화, 금융허브 등의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월 말 외환보유액은 2천267억7천만 달러로 전월말보다 142억 9천만 달러 증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현석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