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수급을 떠받쳐 온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져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선물 매물이 증가한 탓도 크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와 개별주식 선물 및 옵션 만기가 겹치는 오는 11일 쿼드러플 위칭데이까지는 프로그램 매물이 계속 나와 박스권 탈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일 코스피지수는 2.04포인트(0.14%) 오른 1414.89로 마감했다. 개장과 함께 상승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에 막혀 1402까지 떨어졌으나 오후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덕분에 보합세를 유지했다.

특히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부터 4일 연속 순매도해 지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날까지 프로그램 순매도액은 3조58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3조4550억원과 맞먹는다. 증시 수급을 책임지다시피하고 있는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지만 결국 프로그램 매물을 소화하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지난달 초 하루 9조원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이 최근 6조원대로 떨어지면서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인 것도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키운 원인 중 하나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많아진 것은 선물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한 때문이다. 단기 성향의 일부 외국인과 기관 등 선물시장 참여자들이 지수의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는 지난달 27일 장중 평균 -0.05를 기록한 이후 28일을 제외하고 매일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1일 -0.23,2일 -0.34 등 현 · 선물 가격차가 더 커지는 추세다.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 주식 현물을 파는 프로그램 차익 매물이 나와 현물 시장에서 지수를 끌어내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11일)까지는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매수차익 청산 물량에 연기금의 비차익 매도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선물시장에서 베이시스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 프로그램 매도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위원은 "프로그램 차익 매도는 인덱스펀드의 현 · 선물 교체매매가 대부분으로 현재 공모와 사모 인덱스펀드의 주식 비중을 감안하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매물은 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날 베이시스가 마이너스임에도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이라며 "청산 가능한 매수차익 잔액이 상당량 해소됐다는 의미여서 추가 매물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오는 12일 코스피200 구성 종목 변경이 마무리된 이후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