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1일 풍부한 유동성으로 시장이 상승했지만 원유 선물에서 투기세력이 이탈하는 등 유동성 랠리 마무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승영 한국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애초에 펀더멘털보다 유동성의 쏠림이 상승 동력이었으므로 돈은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생각되는 자산으로 향했다"며 "올들어 코스피 지수와 원자재의 대표격인 원유, 이머징마켓 주식, 선진국 주식의 등락을 살펴보면 상승률은 원유, 이머징마켓 주식, 선진국 주식의 순"이라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이는 역사적으로 본 자산의 변동성 순서와 일치한다. 원래 더 많이 움직이는, 다시 말해 주어진 조건이 같을 때 상승 여력 이 큰 자산에 먼저 유동성이 유입된 것"이라며 "만약 유동성 랠리 국면이 끝난다면 이제는 하락 가능성이 큰 자산에서부터 유동성이 유출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 랠리의 마무리 조짐은 원자재에서 가장 먼저 관측될 것이고 원자재의 동향이 향후 주식시장의 선행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비상업성 계약 중 롱 포지션에서 숏 포지션을 뺀 순(Net) 롱(Long) 포지션의 증감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기 세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원유에 투자하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는 상품 선물시장에서 롱 포지션을 취하는 방법이다. 헤지(Hedge) 수요가 많은 상품의 특성상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는 투자자들에게 현물 보유 여부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물을 인수도할 의사가 없는 투자자들의 포지션은 비상업성(Non-Commercial) 계약으로 분류한다. 현물과 연계돼 있지 않으므로 투기적 성격이 강해, 투기 세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실제 지난 2007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때 비상업성 계약이 급증한 적이 있다. 이후 원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투기 계약은 급감했고 원유 가격은 수직 낙하했다. 당시 투기 포지션과 원유 가격의 관계는 동행하거나 투기 포지션이 다소 후행하는 성격을 띠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반대의 현상, 즉 투기 포지션이 먼저 늘고 원유 가격이 뒤따라 오르는 양상이다.

박 연구원은 "유동성 랠리는 유동성 확대 속도가 자산 가격의 예상 상승 속도보다 빠를 때 계속될 수 있다"며 그러나 "유동성 랠리에 부정적인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 선물에서 관측되는 투기 세력들의 이탈이 유동성 랠리를 마무리하는 한 조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