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워텍 사건의 주역인 최유신 스팩맨그룹 회장(38ㆍ사진)이 오랜 공백을 깨고 한국기업 투자에 다시 나선다. 이번에는 코스닥 기업이 아니라 주로 장외기업을 인수한 후 해외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매거진이 발행하는 월간《머니》와 인터뷰를 갖고 “기술력 있는 한국의 비상장기업을 인수해 캐나다 싱가포르 등 해외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300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월간《머니》 6월호 참조

최 회장은 최근 자동차부품업체 네스캡의 지주회사인 ‘네스캡 아메리카’를 캐나다 증시(TSX Venture Exchange)에 상장시켰다.네스캡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초고용량 축전지(울트라 캐퍼시터)를 만드는 회사로 네스캡아메리카가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다.

네스캡 아메리카의 최대주주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조카인 김선욱씨이다. 현대자동차도 이 회사의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우회상장 방식으로 상장돼 오는 8월께 거래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네스캡 아메리카에는 지분을 투자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앞으로 해외증시에 상장시킬 기업에는 지분투자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최 회장은 현재 자신이 투자한 중국 백신회사(알레프 바이오메디컬) 의 캐나다 증시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화학회사 1곳과도 해외상장을 전제로 투자 협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네스캡처럼 해외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하기 위해서는 해외기업과의 주식스왑이 제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간 주식스왑은 세금 문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회장은 “중국도 지난 2006년 해외기업과의 주식스왑을 허용하면서 해외상장기업이 크게 늘었다”며 “국경을 넘는 M&A(기업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의 최 회장은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식스왑 방식으로 리타워텍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시키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인터넷지주회사로 만들겠다.20개 닷컴 인수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리타워텍은 3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상장후 4개월만에 주가가 160배나 급등했지만 경영진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결국 퇴출되는 비운을 맞았다.

최 회장은 리타워텍 사건 이후 2002년 키이엔지니어링 2003년 시큐어테크,2004년 사이더스 등을 인수했다가 되파는 등 꾸준하게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웰스브릿지의 금융자문 역할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스팩맨그룹은 최 회장이 1997년 설립한 투자회사로 약 13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본부는 홍콩과 뉴욕에 있다.

최 회장은 리타워텍 사건과 관련 “당시 8개의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리타워텍 사건은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데도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알려졌고 결국 회사가 퇴출까지 당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리타워텍 사건으로 10년에 걸쳐 얻을 수 있는 성숙함을 한번에 얻은 것 같다”며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사업을 운영하는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2년쯤 후에는 부친인 최석진 한국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과 함께 국내에서 자산운용업과 M&A자문 등 IB(투자은행)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내 중견 증권사와 합작해 해외 IB부문만을 맡아 경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과거 한국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부터 인수제의를 받았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사지 못했다”며 “월스트리트 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금이 이머징 국가의 금융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