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28일 '북한 리스크'를 딛고 이달 들어 처음으로 2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투신사들이 펀드자금 유출이 진정됨에 따라 이틀째 '사자'에 나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매물을 쏟아냈던 기관들이 매수로 유턴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기관 매도가 일단락됐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차익 실현이 상당부분 이뤄진 데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조정을 의식해 환매를 미루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량 매도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투신, 이틀째 실질 순매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이 북한 리스크에도 쌍끌이 매수에 나선 데 힘입어 30.15포인트(2.21%) 오른 1392.17에 마감, 6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개인들이 많이 거래하는 코스닥지수는 3.22포인트(0.61%) 하락해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운수장비 은행업종을 중심으로 20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신이 822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보험(797억원) 증권(391억원) 종금(267억원)까지 동반 순매수를 보였다.

투신은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감안하면 이틀째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 순매도가 166억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1000억원가까이 사들인 셈이다.

연기금도 전일까지 사흘째 순매도 규모를 줄여 오다 이날 36억원 순매수로 전환,차익 실현이 끝나가는 듯한 조짐을 보였다.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분기엔 기관 등 사모펀드 위주로 환매가 많았지만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투신의 자금 상황이 나아졌다"며 "매도로 일관했던 투신이 서서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선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대량 환매 우려감을 키우기도 했으나 22일(-113억원)과 25일(-171억원) 100억원대로 순유출 규모가 감소한 후 26일엔 10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날 투신과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올 들어 각각 10조2000억원,2조6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식 비중을 꾸준히 줄여 온 상황에서 나온 매수 전환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지수의 반등 탄력을 제한했던 투신권의 시각 변화 조짐은 프로그램 매물로 위축된 증시 수급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신 관심주는 '옐로칩'

이번 주 들어 투신은 시가총액 상위 블루칩보다는 옐로칩을 주로 사들였다. 25일부터 이날 정규장까지 투신은 삼성물산을 가장 많은 688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삼성전기(391억원) LG전자(310억원) 삼성증권(281억원) 하이닉스(231억원) 등도 많이 사들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포스코(-1211억원) KB금융(-1166억원) 등도 내다 팔았다.

김 대표는 "정책테마주를 공략해 수익률을 관리해 온 투신이 조정장 속에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다"며 "실적과 재무 안정성이 좋은 그룹 계열사 주식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 계열사의 경우 2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대법원 선고공판에서 긍정적인 판결이 내려질 경우 지주사 이슈 재부각,신사업 투자 확대 등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에 대비해 선취매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관의 향후 매매에 대해서는 '사자'로 기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의 매매는 주식형펀드 환매 규모에 달려 있다"며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지 않는다면 매수 여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상장지수펀드(ETF) 환매로 인한 투신의 매도나 프로그램 매물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장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두 달간 투신 매도의 상당부분은 외국인으로부터 넘겨받은 ETF를 종목으로 쪼개 판 것"이라며 "외국인의 ETF 환매도 큰 변수"라고 말했다.

서정환/박해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