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MSCI 지수를 관장하는 MSCI바라의 홍콩지사는 주요 고객들에게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결정을 위해 진행 중인 공개토론이 결론을 맺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지난 26일 발송했다.

작년 12월 한국 이스라엘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5개국에 대한 '지수조정 예비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종 발표시점을 6월 말로 정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내달 중 발표 예정인 지수조정에서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MSCI 측이 요구해온 원화국제화나 외국인등록규제 완화와 같은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6월 지수조정 결과 발표에서 한국이 빠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6월 중 조정 결과 발표가 예고됐던 다른 나라들의 경우 예정대로 최종 결과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 해석이다. MSCI는 지난해 12월 지수조정예비평가를 마친 5개국 중 이스라엘의 선진국지수 편입여부 등 나머지 4개국의 지수조정 결과는 예정대로 6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통지문에서 명시했다.

하지만 발표 연기를 선진국지수 편입이 물건너 간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넣지 않기로 결론냈다면 추가적인 협의도 필요 없을 것"이라며 "서로를 압박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 MSCI 측의 막판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올초 MSCI 측과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별다른 진전은 없지만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의 요구는 크게 원화국제화,외국인 투자 등록제도의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국제화는 주식거래로 취득하는 원화를 24시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역외선물환 시장 등의 유동성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주식거래일과 결제일이 다른 데 따른 환율변동의 위험이 제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를 시작할 때 금융당국에 우선 등록하도록 한 제도의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 허용이 관건이다. 옴니버스 어카운트는 외국인이 별도의 계좌를 만들지 않고 국제예탁 결제기구 등이 개설한 계좌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제도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다는 게 MSCI의 주장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또 코스피200지수 사용권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진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가 갖고 있는 코스피 200지수의 독점권을 해소해 달라는 것이다. 이 요구를 들어주면 코스피 200이 해외시장에도 상장돼 거래가 분산되기 때문에 거래소가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얼마 전 미국 뉴욕에서 MSCI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과 접촉한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한국 금융시장의 특수성과 진행 중인 금융 위기에서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MSCI 측의 입장을 타진해 보니 의외로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우리 증시를 높이 평가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