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실험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해외에서의 한국물 가격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9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들은 북한이 2차 핵 실험을 실시한 지난 25일 순매수로 출발,핵 실험이 알려진 직후 잠시 매수 규모가 줄었지만 곧바로 다시 사자에 나서 21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후 미사일 추가 발사와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 강경 대응에도 외국인은 최근 사흘간 약 7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 3월 초에 시작한 '바이 코리아'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도 북한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단기간에 제한적으로만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며 "북한 이슈는 이미 익숙해져 증시 참여자들이 정치적 변수에 둔감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 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감은 뉴욕시장에서도 한국물 가격에 극히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1.55%포인트(매수 기준)로 전 주말과 비슷했다. 5년 만기 한국 국채 오퍼 수익률과 미 국채 수익률 간 스프레드도 지난주 금요일에 비해 0.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한국물 거래는 거의 없었지만 호가 움직임에 비춰볼 때 북핵 리스크가 금리 변화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들의 현지 외화 차입 여건에도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도 1개월물 원 · 달러 환율이 일시 1272원으로 급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1262원50전으로 장을 마쳤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월가 금융사에 근무하는 아시아 지역 투자담당자들 사이에 북핵 문제는 이미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북한의 추가 핵 실험이 한국물 가격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정보교환에 나서게 마련인데 여느 때와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고 씨티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박해영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