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던 개인투자자들은 25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80포인트 넘게 떨어지자 대거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증권사 일선 지점 관계자들은 신규 매수를 위해 조정을 기다리던 개인투자자들의 대기매수세가 예상보다 탄탄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주가 조정이 예상됐던 이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소식까지 겹쳐 오전 11시30분께부터 지수가 급락하자 주요 증권사 지점에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개인투자자와 각 증권사 지점 관계자들은 주가가 너무 빠르게 추락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저점 매수를 기다리던 개인들의 스마트머니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좁히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권 대우증권 명동지점장은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의와 함께 주식을 빨리 사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재형 현대증권 광화문지점장은 "주가가 급락해 동요하는 고객도 일부 있었지만 오히려 한 고액 투자자는 증권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수 주문을 내놓았다"고 귀띔했다.

가희정 한화증권 송도IFEZ지점 과장은 "어차피 물린 상태니 평균단가를 낮추겠다며 '물타기'에 나서는 고객도 많았다"며 "금융위기 등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고객이 많아서인지 비교적 냉철하게 대응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지점에서도 비슷했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불확실성을 원래 싫어하지만 이번 사태로 큰 동요는 없었다"며 "오히려 지수 1400대에 부담감을 느꼈던 투자자들이 우량주를 담을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현 센터장은 또 "미국 시장 등 외부 요인에 대한 단기 조정을 기다려 온 만큼 '울고 싶은데 뺨 맞는다'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며 "외국인이 계속 사고 있다는 점도 개인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500억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주가 조정이 불과 10여분에 불과해 매수 타이밍을 잡지 못한 일부 투자자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복용 현대증권 본점 영업부장은 "이날 지수가 떨어지는 게 워낙 짧고 다이내믹하다 보니 일부 고객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매수 시기를 놓쳤다"며 "북한 변수는 그동안 여러차례 나와 반응이 둔감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개인들의 학습효과는 놀랍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의 모 지점장도 "요즘 개인들은 경험을 통해 외교 정치 등 비경제적인 요인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주가가 빨리 회복된다는 점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조정이 다소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기명 삼성증권 마포서교지점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에 들어간 고객들은 '지옥에 갔다 왔다'고 얘기할 정도로 시장이 변화무쌍하다"며 "조정 기간이 길어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앞으로 어떻게 투자 가이드를 할지 난감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