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등 여야 쟁점법 관련주에 부정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여야 갈등이 심화돼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점쳐졌다.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 금산분리 완화법 등의 주요 쟁점법안의 처리를 앞두고 있어 관련주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영향 없을 것" vs "파장 지켜봐야"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현재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등 주로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서거 이후 증시가 바로 열렸다면 주가가 출렁거릴 수 있겠지만 시간차가 있다는 점에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현재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된다고도, 별 영향이 없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영향보다 중기적인 파장에 더 촉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경기흐름이 회복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긍정적인 뉴스는 아니다"며 "서거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수급상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이며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고 말했다.

◆ "여야 쟁점 관련주에 부정적"

증시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개별 종목보다 증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이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여야의 주요 쟁점과 관련된 종목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 이슈가 아닌 정치 이슈이기 때문에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며, 외국인의 매매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정국 운영에는 차질이 있을 수 있어 일부 종목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주 팀장은 "4대강 관련주 등 녹색성장 관련주는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 미디어법 등은 통과에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했다.

◆ "미디어·금산분리 완화 수혜주 주가는 불투명"

김장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6월 미디어법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 동안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였던 관련주의 주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미디어법이 통과됐어도 실제 미디어 관련주에 영향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6월 미디어법 통과가 막상 난항을 보이면 그동안 수혜주로 지목을 받아왔던 종목에는 분명 악재"라고 말했다.

그 동안 증권가에서는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방송광고 규제가 완화되고 방송 콘텐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왔다. SBS가 민영방송의 영업규제 완화 기대감에 최대 수혜주로 지목돼 왔고, 신문의 미디어그룹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디지틀조선, 중앙일보 계열인 ISPLUS 등도 혜택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민영화가 예상되는 YTN도 수혜주 중에 한 종목으로 예상됐었다.

김 연구원은 "iMBC, SBSi 등은 사실상 미디업법 이슈와 크게 상관이 없는 종목이지만, 심리적인 요소로 인해 미디어주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산분리 완화 기대감으로 떴던 종목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산업지주사가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화의 핵심자회사인 한화증권과 다우기술(키움증권), 동양메이저(동양종금증권) 등 금융사를 아래에 두고 있는 종목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바 있다.

SK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슈와 맞물려 움직였던 SK증권의 주가도 관련 법안 통과 기대감에 출렁거리기도 했다.

이 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4월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기대감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급락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6월 통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