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증시에서는 '핀볼 효과'(pinball effect)라는 용어가 다시 눈에 띈다.

핀볼 효과란 제임스 버크가 쓴 명저의 이름으로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 하나가 도미노처럼 연결되고 점점 증폭되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를 세계 증시에 적용한다면 각각의 볼링 핀에 해당하는 주가 결정요인인 경제성장과 경기순환 유동성 기업실적 투자심리 등이 어울려 주가가 오르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의 가장 큰 볼링 핀에 해당하는 세계 경기는 현재 낙관론인 'V자'형 회복과 극단적인 비관론인 'W자'형 침체를 예상하는 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완만한 'U자'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각대로라면 세계 경기가 올 하반기 이후 회복 국면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증시에 가장 유리한 경기는 둔화 국면에서 연착륙할 때와 상승 국면에서 완만하게 회복할 때 나타났다. 'V자'형처럼 빨리 회복하면 곧바로 우려되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 금리인상 부담 등으로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또 급격히 침체되는 경착륙이나 장기침체를 예고하는 'W자'형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주가가 떨어졌다.

올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낮게 예상되더라도 경기순환상으로 주가흐름에 유리한 분기별 성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진단과 예측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를 보면 올 2분기 저점을 형성한 뒤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경기와 함께 또 하나의 볼링 핀인 글로벌 유동성을 보면 올 하반기 이후 증시에 유리한 환경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진국들의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인하됐다. 더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중앙은행이 돈을 풀자마자 얼어붙었던 유동성이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미 대표적인 글로벌 유동성 지표인 3개월물 리보 금리(런던 시중은행간 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인 0.7%대까지 떨어졌다.

올 하반기 이후 과잉 유동성 흡수 논란에 변수가 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른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모든 상품이 공급 과잉인 시대에는 최종 상품의 가격파괴와 인하 경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 또 경기 면에서도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디플레 갭'이 발생하고 있어 다소 많아 보이는 유동성은 인플레보다는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볼링 핀에 해당하는 기업실적은 위기 과정에서 세계 산업구조가 다시 정보기술(IT)이나 융합 · 통합기술로 재편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IT나 융합 · 통합기술 업종은 인프라가 깔릴수록 생산성이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올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증시의 객관적인 여건만을 보면 증시에 그렇게 불리한 편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현재 심리와 향후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투자자들의 심리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라면 핀볼 효과가 나타나 주가가 의외로 오를 가능성도 높다.

그런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경기와 주가 흐름에 '자동 조절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한다. 경기가 과열일 때는 신중한 자세로,침체될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경기와 주가의 진폭이 좁아지면서 안정적인 재산 증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