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는 미국 다우지수보다 금융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금융주가 오르면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높아지고 금융주가 떨어지면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미 금융주 주가와 동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미 금융주의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작년 글로벌 증시 급락의 주요인이었던 미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한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미 금융주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22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코스피지수와 미 뉴욕증시의 S&P500 금융업종 지수의 상관계수는 0.74에 달한다.

반면 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다우산업지수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올 들어 0.55 수준에 그쳐 동조화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를 움직이며 1에 가까울수록 움직임이 같은 방향이고,-1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패턴은 과거와는 크게 대조적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2007년의 경우 코스피지수와 다우지수의 상관계수는 0.85,작년은 0.96에 달할 정도로 연관성이 높았다.

이에 비해 S&P500 금융지수는 2007년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59로,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에는 0.92로 높아졌지만 다우지수보다는 동행성이 낮았다.

증시 분석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융시장으로 집중되면서 미 금융주의 향방이 중요한 변수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국내 증시는 실물경기보다도 미 은행들의 자본충실도 평가 등 금융시장의 안정화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탓에 금융주의 영향력이 컸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에 비해 제조업체 위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올 들어 국내 증시와의 상관성이 낮아졌다"며 "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증시에도 공통적인 현상이어서 다우지수의 대표성이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 금융주 움직임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매 동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외국인은 뉴욕증시에서 금융주가 오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 강도를 높이고 반대의 경우 순매도로 돌아서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월 7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S&P500 금융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특히 금융지수가 바닥을 향하던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외국인은 17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며 2조7000억원 이상 순매도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금융지수가 지난 3월6일을 기점으로 급반등하자 외국인은 곧바로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후 금융지수가 작년 말 수준을 회복할 정도로 크게 오르자 매수 규모는 더욱 늘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미 금융주의 향방에 따라 결정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실한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실물지표의 영향력이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부터는 중국 등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경우 미국보다도 중국의 경기 동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