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됨에 따라 최근 대차거래(주식을 빌려 거래한 것)가 급증한 종목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차거래가 많았던 종목은 공매도가 풀릴 경우 매도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 주변자금이 풍부해 공매도 재개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체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가 증시의 변동성을 낮춰주고 저평가 주식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개인들은 공매도 허용이 외국인이나 기관과 같은 '큰손'에게만 유리하고 '개미'에겐 불리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차물량 많은 종목 약세

2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하이닉스는 7.24% 급락했다. 내달 공매도가 재개되면 하이닉스가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20일까지 하이닉스의 대차잔량은 740만주 순증해 유가증권 종목 중 가장 많이 늘었다. 5월 대차잔량 증가 10위권에 포함된 동부하이텍(-8.00%) 두산인프라코어(-6.32%) 웅진케미칼(-2.47%) 에쓰오일(-1.50%) 등도 이날 지수보다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차거래가 늘어난 종목들은 공매도가 허용되면 주가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공매도 규제 이전에 공매도 비중이 높았다가 규제와 함께 대차잔액이 급감한 종목,최근 대차거래가 많이 늘어난 종목 등이 내달부터 공매도가 늘어날 수 있다"며 "하이닉스 에쓰오일 한화 KT&G 등이 영향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주요 증권사들은 대차 비중이 높으면서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종목군으로 두산중공업 기아차 현대제철 동국제강 LG디스플레이 금호산업 삼성전기 등을 꼽았다. 지난해 대차 비중이 높았던 한진해운과 GS건설,공매도 규제 이후 대차잔액이 크게 줄었던 STX엔진 유한양행 등도 공매도 사정권에 있다는 평가다.

◆내달부터 개인 대주거래도 재개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최근의 증시 상승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 계좌를 등록해야 하고 실제 주식을 빌렸는지 당국이 확인하는 등 절차가 엄격해 예전만큼 공매도 여건이 쉽지는 않은 상황"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은 그동안 주식을 순매수해왔는데 섣불리 공매도에 나서면 현물에서 손해가 나는 데다 대기 매수세도 많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공매도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당국의 감독 강화로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본격적인 공매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허용에 불만이 많다. 이날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와 각종 재테크 사이트에는 공매도 재개의 문제점을 지적한 개인의 글이 대거 올라왔다. "정부가 공매도를 허용해 우량주는 죽이고 테마주만 부추긴다" "외국인과 기관의 배를 불리려고 작정하지 않고는 공매도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는 등 비판 글이 주를 이뤘다.

한편 증권금융은 지난해 10월 공매도 금지조치 후 중단했던 대주거래 서비스를 오는 6월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상장 300여개 종목에 대한 대주거래 서비스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 동양종금 등 주요 증권사들도 증권금융과 제휴를 맺고 증권금융이 보유한 주식을 중개해주는 방식으로 내달 1일부터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주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박해영/정인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