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금지됐던 공매도가 6월부터 허용된다.

20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한조치를 비금융주에 한해 6월1일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주에 대해서는 제한조치가 당분간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있고, 영국·대만 등 해외 시장이 공매도 규제를 풀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6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많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가 겨우 안정을 되찾아 가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최근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됐던 외국인의 매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21일 "공매도 규제는 외국인이 매수에 나선 배경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 외국인 매수의 모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며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산 이유는 환율 안정 가능성, 실물 경기 회복 기대감, 과도한 비중 축소 이후 정상화 과정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도 "2008년 하반기처럼 위기 상황이 아닌 경우 공매도가 시장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일부 종목의 경우 공매도 허용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외국인들이 공매도 금지 해제를 예상하고 주식을 미리 빌려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대차 규정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차잔고 증가 상위 종목을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대차잔고가 많이 증가한 종목으로 현대모비스, 동부하이텍, 한국단자, S-Oil,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삼성엔지니어링, 하이닉스, 삼성전자, 동양기전 등이 있다.

여기에다 지난 10월 공매도를 규제하기 직전에 공매도 비중이 높았거나, 이후 대차잔고가 급감한 종목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외국인의 공매도 선호 종목이거나 공매도 규제에 민감한 종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준을 2개 이상 충족하는 비금융주로 하이닉스, S-Oil, 한화, KT&G를 꼽았다.

우리투자증권은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관련 채권을 발행한 종목이나 유상증자를 진행한 종목이 공매도의 주요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예를 들어 유상증자를 진행한 종목의 경우,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한 후에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가보다 싸게 받은 신주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대우증권도 대차잔고가 컸던 업종이 외국인의 공매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작년 6월 이후 대차잔고가 많고 시장에 비해 오름폭이 크며, 외국인이 순매도하고 있는 업종으로 의료정밀, 화학, 전기전자 업종을 꼽았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