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1000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29원의 세전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등 영업 외 손실이 21원에 이른 결과다.

한국은행은 20일 '2008년 기업경영 분석(잠정)'에서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은 2007년에 비해 19.1%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7년 9.5%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1987년(2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사 대상은 금융보험업 등을 제외한 7097개 기업이다.

하지만 매출액 증가는 판매량이 늘어서가 아니라 국제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진단했다. 지난해 총자산 증가율도 16.0%로 1987년의 11.8%보다 높았는데 이 역시 토지 자산 재평가,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자산 증가 등의 영향으로 파악됐다.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경우 2007년 5.3%에서 지난해 5.0%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실제 올린 순이익을 나타내는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2007년 5.5%에서 지난해 2.9%로 낮아졌다.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2001년(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의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 역시 2007년 6.1%에서 지난해 3.1%로 반토막났다. 제조업의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미국(6.4%)이나 일본(4.6%)보다 낮은 것이다.
수익성 지표가 나빠진 것은 환차손과 키코 등 파생상품 손실 등 영업 외 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지난해 환차손은 55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영업 외 수지는 2007년 0.2%에서 지난해 -2.1%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재무구조 역시 나빠졌다. 작년 말 현재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30.6%로 2007년 말 116.1%보다 14.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3년(131.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363.2%에서 322.9%로 40.3%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업체의 비중은 지난해 39%로 전년의 37.9%보다 늘어났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